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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인플레에 '상생' 택한 일본車, 현대차·기아는 임협 '난항' 예고

황지현 수습기자 2023-03-09 21:04:02

日 완성차 4사, 임협 매듭…실질임금 동결

韓 금속노조, 월 기본급 18만원↑ 지침 하달

작년 2배 수준 요구하며 '하투' 불 지필 듯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사진=연합뉴스]


 일본 주요 완성차 제조사가 올해 실질임금 인상률을 사실상 동결한 것으로 알려지자 현대자동차·기아 노동조합이 다가오는 임금협상(임협)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임협을 무분규로 마친 현대차·기아 노조는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임금 인상 요구안을 낼 것으로 예상돼 '하투(하계 투쟁)'가 거셀 전망이다.

9일 닛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요타·혼다·미쓰비시·닛산 등 일본 완성차 4사는 최근 임협을 모두 마무리했다. 도요타는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혼다는 30여년 만에 월급 기준으로 5% 수준인 1만9000엔(약 18만원) 인상한다.

비교적 뒤늦게 노사가 합의한 미쓰비시와 닛산은 종전 대비 각각 4%와 3.4%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월 급여액으로 보면 미쓰비시는 1만3000엔(12만5480원), 닛산은 1만2000엔(11만5825원) 올린다.

이들은 예정된 협상 일정보다 앞당겨 임협을 타결했다. 임금인상률은 4곳 모두 장기 불황이 덮친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일본 물가상승률이 4.0%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일본 정부는 물론 재계까지 나서 임금 인상론에 불을 지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임금 인상이 물가상승 뒤처지면 스태크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격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게이단렌)도 "임금 인상은 사회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명목임금 인상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임금 인상률은 0%에 수렴한다. 물가가 오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이 동결됐다는 얘기다. 일본 완성차 4사 노조는 처음부터 사측에 3~5% 수준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회사는 이를 전적으로 수용했다. 물가가 오른 만큼만 임금을 올리고 실질임금을 보전받는 '실리'를 택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훈훈하게 마무리된 일본 완성차 노사와 달리 현대차·기아는 벌써부터 올해 하반기 예정된 임협이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올해 임협 요구안 가이드라인으로 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안을 각 지부·지회에 하달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로 편제됐다.

금속노조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현대차·기아 노사가 합의한 기본급 인상액 9만8000원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지난해 기본급 인상률은 약 4% 수준으로 환산된다고 알려졌는데 성과급 등을 포함하면 연봉 기준으로 인상률이 9%까지 높아진 결과였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지난해 물가상승률(5.5%)을 한참 웃도는 임금 인상 요구안을 내놓으며 임금인상률과 물가상승률을 비슷하게 맞춘 일본 완성차 회사와 대비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전동화 추세에 발맞춰 신형 전기차 출시를 앞둔 현대차·기아로서는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현대차는 다음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을 선보이고 기아는 올해 대형 전기 SUV 'EV9'과 경형 전기차 '레이 EV' 등을 출시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해소되는 상황에서 노사갈등이 악재로 작용한다면 전동화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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