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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시승기] GMC 시에라, "넘치는 힘과 편안한 승차감"...美 픽업트럭의 자존심

김종형 기자 2023-02-23 12:00:00

'짐차'서 '레저차량' 변모한 픽업트럭...국내 유일 '풀사이즈'

6m 달하는 길이에 넉넉한 실내...승차감은 SUV 정도

8기통 엔진에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f·m...4t 트레일러 견인

온로드에선 편안함, 오프로드에선 강인함, 가격 9300만원부터

풀사이즈 픽업트럭 GMC 시에라[사진=김종형 기자]


 한국 시장에서도 풀사이즈 픽업트럭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제너럴모터스(GM)가 올해 국내 판매 확대를 위해 내세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브랜드 GMC의 프리미엄 픽업트럭 '시에라'를 말이다. 

한국지엠이 마련한 지난 15일 시승 행사에 참석한 기자는 시에라를 직접 몰고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인천 석모도까지 약 70km 구간을 달렸다. 첫 인상은 정통 픽업트럭을 추구하면서도 쉐보레와 달리 고급·전문 브랜드 특유 느낌이 강렬했다.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풀사이즈 픽업트럭을 실제로 마주하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차체 크기부터 남성미가 돋보이는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미국 차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픽업트럭은 '짐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실제 국내법상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도 2만8500원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이런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캠핑, 스키, 서핑, 요트까지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적재 능력이 뛰어난 차종이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GMC 시에라는 존재감이 높아지는 GM 대중차 브랜드인 쉐보레의 중형 픽업트럭 실버라도와 형제 모델이면서도 더 큰 차체와 높은 출력, 고급스러운 상품성을 갖췄다. SUV 전문 브랜드가 갖춘 픽업트럭 노하우까지 담겼다. 그동안 풀사이즈 픽업트럭을 정식 수입하는 곳이 없어 이따금 병행 수입만이 이뤄졌다. 이번 정식으로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은 2018년 완전 변경이 이뤄진 5세대 신형으로 최고급 트림인 '드날리'다. 
 

풀사이즈 픽업트럭 GMC 시에라[사진=김종형 기자]


차체는 압도적이다. 길이(전장)는 5890mm로 6m에 가깝고, 너비(전폭)는 2065mm, 높이(전고)는 1950mm다. 축거(휠베이스)는 3745mm로 브랜드 내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대형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쉐보레 타호(3071mm)보다 길다. 축거 사이에 경차 한 대가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다.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은 차체 크기뿐 아니라 야생에서 튀어나온 듯한 디자인도 한 몫 한다. 차량 전면부 대형 크롬 그릴이 존재감을 내면서 'C'자 모양 주간 주행등도 차폭을 강조하며 당당하게 배치됐다. 6m에 달하는 측면 디자인은 가까운 거리에서 한눈에 담기 힘들다. 특히 탑승 부분과 적재함 구분이 뚜렷했다. 타이어는 22인치가 적용됐지만 차량 크기에 비하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후면 적재함은 1781리터(L)로 △230볼트(V) 콘센트 △곳곳 손잡이와 코너 스텝(발판), 조명 등이 갖춰졌고 최대 3945kg까지 끌 수 있는 트레일러 체결 구조도 손쉽게 이뤄졌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 제조사의 노하우가 담긴 것으로 타 픽업트럭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풀사이즈 픽업트럭 GMC 시에라 실내[사진=김종형 기자]


실내 구성도 픽업트럭보다 대형 SUV에 가깝다. 크기가 커서 1, 2열 모두 여유 공간이 넉넉했다. 적재 공간은 바깥뿐 아니라 글로브 박스, 센터 콘솔(운전석·조수석 사이 수납함) 등도 여유로웠다. 2열에도 뒤쪽과 아래쪽에 별도 수납공간이 적용됐다. 2열 좌석을 조절할 수는 없지만 넓은 다리 부위 공간(레그룸) 덕에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실내와 외관에는 'DENALI'라는 문구가 곳곳에 각인돼 고급차를 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정통 픽업트럭을 표방하는 2023년형 시에라에도 최신 트렌드에 걸맞은 디지털이 적용됐다. 센터페시아 중앙 디스플레이는 13.4인치로 시원시원했고, 스티어링 휠(운전대) 뒤쪽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에는 주행과 관련한 각종 정보가 다양하게 표시됐다. 앞 창에는 15인치로 큼지막한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적용돼 주행을 도왔다. 또 △광각 카메라로 뒤쪽을 비춰주는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4대 카메라로 작동하는 360도 카메라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 지원 등 편의 기능을 제대로 갖췄다.
 

한국지엠 관계자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GMC 시에라 적재함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종형 기자]


시에라는 6.2L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장착했다. 실물을 보니 6000cc가 넘는 배기량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고출력은 426마력에 최대토크는 63.6kgf·m다.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변속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GM에 따르면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 연료 효율을 높여 복합 기준 L당 6.9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날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해보니 실제 연비는 L당 5km대로 조금 낮게 나왔다.

차체만큼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도 컸다. 주차 문제를 빼면 오히려 운전하기 편하게 느껴졌다. 저속에서는 안정적으로 차를 밀어냈고 시속 100km 이상 고속에 도달할 때까지의 가속도 부드러웠다. 비슷한 출력을 갖춘 SUV 등 승용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유연하고 묵직하게 올라오는 엔진 힘이 느껴졌다.
 

인천 석모도 흙 언덕길을 올라온 뒤의 GMC 시에라[사진=김종형 기자]


여의도에서 석모도까지 다양한 도로 환경을 달렸다. 서울을 벗어나기 전까지 올림픽대로를 달리면서 중고속에 도달해보니 픽업트럭보다는 SUV에 가까웠다. 대형 차량이지만 운전대는 그다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가속 페달 압력도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석모도 흙길에서는 주행 질감이 다소 달라졌다. 사륜주행(4WD) 답게 언덕길을 오르내리기는 편리했지만 도로 질감은 그대로 느껴졌다. 묵직한 차체 덕분인지 안정적인 느낌은 충분했다. 

시에라는 국내 시장에서 만나볼 수 없던 만큼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GM은 이달 초 시에라를 공개하면서 40~5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하이엔드(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최고 품질 제품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초 사전 예약에서 초기 물량 100여 대가 완판되며 현재 추가 수입을 기다리는 중이다. 미국 브랜드 특유의 강인하고 역동적인 이미지와 함께 전국 한국지엠 서비스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지면서 인기가 올라간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시에라는 국내에 △드날리 △드날리-X 스페셜 에디션 등 두 가지 최상위 트림으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각각 9330만원, 95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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