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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대통령 한마디에 대출금리 낮춘 은행권…수신도 잇단 인하 '조삼모사'

신병근 기자 2023-02-09 06:00:00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주담대 하단 3%대 하락

尹 '공공재' 압박…예·적금 금리 동시↓ 눈살

실적발표 앞둔 금융권 "정부 과도한 간섭 지양"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라고 강조하면서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금융그룹 핵심 계열 은행들의 역대급 실적 경신이 이어지는 가운데, 잇단 대출 금리 인하로 고객 친화적 행보에 나섰나 싶었지만 수신(예·적금) 금리 역시 낮추며 '이자 장사'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권을 겨냥한 '공공재' 발언 여파로 주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금리를 낮췄으나 눈 가리고 아웅 식 금리 적용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찍힐라"…가산금리 낮추고 수수료 없애고 진땀

8일 현재 대표적인 대출 상품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은행권 금리는 최저 연 3%대 후반, 최고 6%대 중반을 기록 중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에서 완화로 선회하고, 국내 시장·채권금리 하락과 함께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산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서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가 한 달 전에 비해 하단 기준 0.7%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은행권 통틀어 3%대 주담대 금리 포문을 연 곳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이번 주 초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형 혼합금리 상품 금리를 기존 연 4.58%에서 최대 0.34%포인트 낮춰 4.24%를 적용하고 있다. 우대금리를 반영한 최저금리는 3%대(3.9%)를 보였다. 금리 인상이 지속됐던 지난 1년간 찾아볼 수 없었던 수치에 해당한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도 주담대 혼합금리에 우대금리를 적용한 결과 연 4.0%대를 실행 중이다. 특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대출금리 산정에 기준점이 되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이번 주 들어 4.5%대에서 3.8%대까지 0.63%포인트 급락하자 이들 은행도 일제히 금리 인하에 나서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이 취급하는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4.0%대, 최고 6.5%대로 불과 한 달 전(4.8~7.2%)보다 상단 기준 0.67%포인트 낮아졌다. 대출 금리가 단 0.1%포인트만 떨어져도 돈을 빌린 차주가 느끼는 체감도가 크다는 것이 정설인데,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래 가장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한다.

시장·채권금리가 현재처럼 우하향세를 지속한다면 차주 접어들어 5대 은행 주담대에서도 3%대 금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에서 이날 기준 가장 낮은 주담대 금리(하단 4.08%)를 제시한 곳은 국민은행인데 3%대 금리가 임박한 셈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담대 금리에서 주시해야 하는 또 다른 부분은 변동금리 지표인 코픽스(COFIX)로 단순 수치로만 보면 한 달 사이 0.05%포인트 하락에 그쳤지만, 변동금리 상단 변동(8.1%→6.8%)을 살피면 지표의 24배가 넘는 1.2%포인트 급락한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뿐만 아니라 은행들은 온라인 이체 및 중도상환 수수료 등 차주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만 6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창구 거래 시 발생하는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국민은행이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사용자에게 타행 이체 수수료를 없앤 것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개별 은행 수익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각종 수수료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0원' 행렬의 직간접적인 근거로 정부와 금융당국 입김을 지목한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을 당시 "은행은 공공재"라고 강조한 한 마디가 파장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당국 수장들도 은행권 금리 산정과 운영 실태에 관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재차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이상 지금과 같은 금리 인하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며 "당국도 여신 담당 임원들과 상시 간담회를 갖고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데 찍히지 않으려면 대세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과급 잔치 비난 속 예·적금 매력도 '뚝뚝'

사정이 이렇지만 은행권 수신 금리도 빠른 속도로 떨어져 예·적금 상품을 찾는 수요가 줄고, 제2금융권 저축은행들마저 정기예금 금리를 대폭 낮추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 금리를 낮춘다며 대대적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수신 금리도 낮춰 결국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에 따른 수익에는 타격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터넷은행업계는 한 달 사이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3~0.6%포인트 낮춰 연 4%대 중반에서 4%대 초반 금리를 제공 중이다.

5대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이미 3% 중후반 금리를 찍고 있다. 농협은행 'NH올원e예금' 연 3.47%,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연 3.67%,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연 3.70% 등이다. 현 기준금리(3.50%) 정점설이 우세하게 점쳐지자 더 이상 이자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수신 상품에 몰렸던 자금 감소세도 뚜렷하다.

더욱이 이번 주 내 주요 금융그룹 작년 실적 공시가 마무리될 예정으로 역대급 순익 경신을 견인한 은행권은 300~400% 성과급 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은행들만 콕 집어 비난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성과급 체계는 시장경제 논리이면서 자율적 경영 중 일편"이라며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시장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지양해야 할 듯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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