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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수주 훈풍 분 정유업계에 닥친 골칫거리 '횡재세'

고은서 수습기자 2023-02-06 10:16:10

정유 4사, 지난해 역대급 경영 실적 달성 예상

야당 "횡재세로 부 재분배·국민 경제 안정 도모"

정유업계, 해외와 다른 수익구조·시장 논리에 맞지 않아

서울 시내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수주 훈풍으로 국내 정유 4사(社)에 성과급 '잔치'가 열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횡재세' 부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영업이익에 대해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라며 반발에 나서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에 지난해 역대급 경영 실적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유 4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도 4분기(10~12월) 157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2021년) 대비 59.2% 증가한 3조4081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상황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022년 3분기(7~9월)까지 역대 최대인 2조7770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따라 정유업계는 파격적인 성과급을 내걸었다. 현대오일뱅크는 모든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난해보다 400% 증가한 기본급 1000%를, GS칼텍스는 임직원에게 기본 연봉 50%를 지급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횡재세란 대외 환경 변화나 정부 정책 지원으로 기업이 얻은 막대한 초과 이익에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의미한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 정유업계에 세금을 걷어 부 재분배와 국민 경제 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 과도한 영업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서 전 세계에서 이미 시행하는 것처럼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지난해부터 횡재세를 도입했거나 추진 중이다. 영국은 전기·가스 업체에 1년간 수익 25%만큼 추가적으로 과세한다. 헝가리는 에너지, 보험, 항공, 유통, 통신, 제약 등 기업에 약 8000억 포린트(약 2조8000억원)를 내도록 한다. 이탈리아도 2021년 10월부터 2022년 3월 중 초과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에 15% 추가 과세하기로 했다.

횡재세 국내 도입을 두고 정유업계에서는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원유를 직접 개발 및 판매하는 외국 정유업계와 달리 원유를 100% 수입해 정제 등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다. 즉 국내 정유사는 석유·가스를 재가공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과 수익 구조가 달라 한국 실정에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대한석유협회(KPA)는 국내 정유업체 석유제품 수출액이 570억3700만 달러(약 71조1422억원)라고 발표했다. 533억 달러를 기록했던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수출액을 경신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은 본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며 기업 운영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흑자 나왔다고 횡재세 가져갈거면 적자일 때는 정부에서 (정유업체한테) 돈 줄거냐"며 "횡재세 같은 지나친 세금을 부과하면 결국 기업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영리를 추구한 기업이 특정 기회의 시기에 이익이 났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유업계뿐 아니라 정부와 여당도 횡재세에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기업이 특정 시기에 이익 난다고 해서 횡재세 형태로 접근해 세금을 물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횡재세 도입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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