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중간’이란 게 없다. 지난 2000년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돌아보면, 가격이 오를 때엔 몇 년간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다가 어느 정도 정점에 오르고 정부 규제가 층층이 쌓이면서 여러 요인으로 매수세가 감소하면 부동산거래 자체가 사라지고 긴 하락의 빙하기에 들어갔다.
그간 우리 부동산시장이 오간 냉탕과 열탕의 시기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집값 상승”이란 경탄 아닌 경탄을 자아낸 것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정부 시절로, 공교롭게도 두 정부 모두 부동산 규제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되려 집값이 올랐다.
노 대통령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는 부동산 빙하기가 이어져 부동산중개사들은 물론이고 인테리어업자, 이사짐 센터 등 이사 수요에 의존해 살아가던 업종 종사자들이 줄 폐업을 했다. 오죽하면 정부 관계자가 "빚 내서 집 사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며 2017년 말 도입한 민간임대사업자 제도가 10년 가까운 부동산 빙하기를 끝내며 다시 과열로 들어가는 신호탄이 됐다. 문 정부가 총 25차례 부동산 가격상승 억제대책을 내놓으며 각종 제도와 세제로 부동산 매수 수요를 꽁꽁 묶은 채 물러났고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정부가 들어섰다.
미국에서 시작된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인상에 한국은행이 가담하자 부동산시장은 그간 쏟아놓은 각종 규제에 고금리가 맞물리며 급냉했다. 윤 정부가 아무리 “땡!”을 외쳐도 부동산시장은 "얼음"에서 풀릴 줄 모르고 하락세가 이어지며 거래가 실종됐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2023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했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도 대폭 줄였다. 이번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금리는 여전히 문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3 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석학들이 “미국 금리는 예상보다 더 오를 것”이라며 미국의 긴축이 다른 나라에 고환율·고금리의 피해를 줄 것을 우려했다.
이번 부동산시장 냉각기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동산시장이 냉각과 과열을 오가는 사이 부동산 기반 ‘부(富)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점이다. 지금도 강남 3구와 용산은 규제 해제에서 빠지지 않았는가. 이보다 더 확실하게 '그 동네 좋은 동네'란 표식이 있을까? 부동산값 잡겠다고 두더지잡기식 규제를 남발하거나 마구잡이로 풀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제발 다음에는 냉탕·열탕이 아닌 온탕 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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