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철강업계 내년 전망도 불투명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건설 수요 위축과 함께 원자재 가격 및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성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철강제품별 수요는 상반기(1~6월)에는 다소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침체 영향을 받아 저조한 모습을 나타냈다. 상반기에는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적이 좋았지만,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등 전반적인 압박으로 공급이 줄었음에도 가격이 하락해 실적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주요 실적 압박 원인으로는 공통적으로 △철강수요 위축 △고환율 상황 지속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이 있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시장 매매 시 부담이 가중되자 신규 부동산 수요가 줄었고, 이에 따라 철강 수요도 함께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환율이 급등한 뒤에는 원자재 수입 비용이 올랐고, 10월부터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올라 생산비용도 늘었다.
전반적으로 실적은 악화됐지만 철강 제품별로는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자동차 프레임과 교량 등에 쓰이는 열연은 지난 4월까진 원자재 비용 상승에 가격이 늘었지만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철강사 수익성 저하에 영향을 줬다. 선박 격벽 등에 쓰이는 후판은 조선업체 인력난으로 건조 물량 확대가 어려운 가운데 수입산 압박까지 받아 판로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배수관·토목 기초자재로 쓰이는 강관의 경우 경기 침체로 인한 건설 수요 압박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일부 철강사들은 국내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했지만 국내 수요 위축 영향이 더 컸다. 자동차·가전에 쓰이는 냉연의 경우 자동차 수요는 회복됐지만 건설 및 가전 수요가 악화된 영향을 받아 전체 판매 감소를 주도했다. 제품별 상황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경기 위축과 수요 압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철강업체들의 4분기(10~12월) 실적도 전년 대비 큰 폭 하락이 예상된다. 지난 3분기(7~9월) 포스코홀딩스·현대제철·동국제강 등 대형 철강사들이 전년 대비 50% 이상의 영업이익 악화를 보고한만큼 4분기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올해에도 건설경기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0.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전세 거래량 비중도 2021년 평균 56.5%에서 2022년 9월에는 46.4%로 떨어졌다. 대출금리 상승과 부동산 가격 약화 심리로 미분양은 늘고 공사비용 충당도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철강사들은 주요 제품별 생산량 조절과 신기술 등으로 해법을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비철강부문 사업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소환원제철(화석연료 대신 수소연료전지로 철광석을 녹이는 기술)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종합 건설용 강재인 H코어 제품군을 출시했고, 동국제강은 친환경 무용제 컬러강판인 럭스틸 등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에서 악화를 경험한 철강사들은 더 수익성에 집중할 것"이라며 "올해도 전반적인 수요 감축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재고를 쌓아두기보다는 적절할 때 원자재를 들인 뒤 생산과 판매를 빠른 속도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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