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현대자동차엔 '아픈 손가락'이 있다. 바로 중국 시장이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은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가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베이징현대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1~6월) 중국 시장 판매량은 9만4158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9만4085대)에 비해 52% 하락한 수치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의 해외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법인이다.
한·중 수교 10년 만인 2002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미국 완성차업체의 공백과 일본 도요타 차량 리콜 사태 등을 계기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베이징현대는 2013년 중국 시장에서 차량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중국 진출 자동차 외자합작기업으로서 최단기에 100만대 판매 클럽에 진입했다. 2016년에는 180만대를 판매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 중국이 한국에 대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에 대한 보복으로 이른바 '한한령'을 본격화하며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지리자동차 등 중국 브랜드 경쟁력 향상과 2020년대 들어 '애국소비(궈차오·国潮)' 성향이 더욱 강해진 점도 베이징현대 부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비용이 20~30% 비싼 현대차를 중국 소비자들이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은 '자국 브랜드'와 '가성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그간 중국 완성차 업체 수준이 수입차 브랜드에 비해 크게 떨어져 비싼 수입차를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했던 것뿐이다. 중국 브랜드 수준이 향상된 지금 현대차는 새로운 중국 시장 공략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베이징현대가 중국 자동차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판매량 감소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로 베이징현대는 저변 확대를 위해 엘란트라와 쏘나타 등 일부 차량을 택시로 공급했는데 이게 악수였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택시 모델 승용차 선호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중국 소비자들은 2010년대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베이징현대는 한동안 세단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운 점 역시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중국 시장은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에 '계륵'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50대50으로 법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수익이 발생해도 중국 내 재투자만 가능할 뿐 본국으로 수익을 보낼 수 없다. 중국 정부 결정이 모든 우선권을 가지는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시장 논리가 적용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자동차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1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628만대에 이른다. 판매량 기준 한국보다 14배 큰 규모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국에 출범시켰다. 최근 베이징 최대 번화가 왕푸징 인근 대형 쇼핑센터에 도심형 전시장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제네시스 효과'는 아직 미미한 상태다. 제네시스는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총 370대를 판매했다. 준대형 세단 모델 'G80'은 207대로 브랜드 내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현지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 판매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대차와 베이징차는 합작법인 베이징현대 증자에 올해 60억 위안(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베이징현대는 연내에 중국 전용 전기차 라페스타 신형과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현대는 넥쏘 출시를 위한 베이징 신에너지차 면허를 획득해 중국 당국 규정을 충족했고, 베이징 등에서 넥쏘 테스트 주행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시장 공략에 성공해야 현대차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완성차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며 "프리미엄 전략과 전용 전기차 출시 등 다양한 전략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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