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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원전 르네상스 시대 열렸다...'원전 수출'부터 'SMR'까지

심민현 기자 2022-08-23 00:00:00

이집트 원전 수출 사실상 성사...체코·사우디 등도 장밋빛 전망

국내 원전 업계, '대세' SMR 시장 주도권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정부가 원전 최강국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며 원전산업 부흥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13년간 막혀 있던 원전 수출이 사실상 성사된 것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소형모듈원전) 관련 투자 계획을 밝히며 향후 본격화될 SMR 시장의 주도권까지 잡았다.

◆이집트 원전 수출 사실상 성사...체코·사우디 등도 장밋빛 전망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단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집트 엘다바 원자력 발전소 4기의 2차측(원자로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부속 건물) 건설 사업 계약이 사실상 성사돼 계약 체결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수원이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이집트 엘다바 원전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러시아 JSC ASE사와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관련 '계약 체결을 위한 내부 행정 절차를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JSC ASE는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사의 자회사다.

엘다바 원전은 300억 달러(약 39조75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JSC ASE사가 2017년 이집트 원자력청(NPPA)으로부터 수주해 1200메가와트(㎿)급의 'VVER-1200' 원자력 발전소 4기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국내 원전 기업들은 이번 수출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수원이 수주한 엘다바 원전 2차 건설은 전체 사업 규모(300억 달러)의 5~10%로 알려졌다. 한수원 몫만 최소 2조 원이 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엘다바 원전 건설에 국내 기업 부품이 다수 공급되기 때문에 원전 업계가 입을 '낙수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출 성과는 윤 정부가 목표로 한 60조 원 규모의 원전 수주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윤 정부는 이미 체코 원전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체코는 8조 원 규모의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1기 건설 사업제안서를 올해 11월 말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최종 사업자는 2024년 말 결정된다. 체코 원전 수주전은 한수원을 비롯해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 등 3파전으로 치러진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6월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전 기업과 '팀 코리아'를 꾸리고 체코를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당시 체코 측은 한국 원전의 기술력, 안전성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로쉬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도 이창양 장관의 노력에 화답했다. 그는 이번달 한국을 찾아 이창양 장관 등 국내 원전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윤 정부는 체코 상원의장 방문을 계기로 체코 원전 수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오는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원전 협력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사우디는 지난 5월 한국과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 1.4기가와트(GW) 규모 원전 2기의 건설 의사를 타진하는 입찰 참여 요청서를 보냈다. 원전 수출에 사활을 기울이고 있는 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우디 원전 수주를 성사시킨다는 각오다.

실제로 가능성은 높다. 원전 업계에선 사우디 원전 사업에서 현재 한국과 러시아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중이다.
 

뉴스케일파워 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원전 업계, '대세' SMR 시장 주도권 잡았다

국내 원전 업계는 최근 '대세'로 부각되고 있는 차세대 원전 SMR 시장의 주도권도 잡았다.

스타트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끊었다. 국내 원전 업계 최초로 글로벌 SMR 시장 선두주자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1억400만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했던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5월 SMR과 가스터빈, 수소 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사업에 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의 원자로 모듈에 대한 제작성 검토 연구를 지난해 완료했다. 현재 주기기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원자로 모듈의 주단소재 제작에 이어 내년까지 주요 기자재 제작에 착수할 예정이다.

SK그룹도 SMR 시장에 뛰어들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미국 SMR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 원)를 투자했다. SK의 양사는 최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을 받아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완료했다. 

테라파워는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원자로(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기업이다. SFR은 고속 중성자를 이용한 핵분열을 통해 열을 발생시켜 액체 나트륨 냉각재로 전달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차세대 원자로 중 하나다. 

핵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동시에 안정성도 높아 차세대 SMR 기술의 선두업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MR은 효율성과 안전 등에서 기존 대형 원자력 발전소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SMR은 우리가 흔히 보는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다. 뉴스케일파워의 SMR은 대형 원전의 15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다. 

SMR 크기가 작은 이유는 대형 원전에 따라붙는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격납공간 등이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된 모듈 형태 원자로이기 때문이다.

크기에 비해 출력은 우수하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신한울 1호기의 경우 발전량이 1400MW인데 SMR은 모듈 수를 조정해 60~720MW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SMR은 대형 원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SMR은 특성상 원자로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없어 일반 원전 대비 안전성이 높다. 발전용수가 적게 들어 내륙에도 건설이 가능하며 건설 기간도 짧고 건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다.

업계 관계자는 "윤 정부가 정책적으로 원전 수출과 SMR 투자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원전 산업은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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