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 치료제로 임상시험계획 승인받은 제품은 총 22개이며 이 중 14개가 임상을 진행중이다. 임상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대웅제약, 신풍제약, 종근당이다. 대웅제약은 임상 3상을 승인받았고, 신풍제약은 최근 임상 3상 첫 번째 환자 등록을 마쳤다. 종근당은 국내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등을 비롯한 8개국에서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따라서 3상에서 반전을 거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개발을 포기한 회사도 속속 늘고 있다. 부광약품은 레보비르를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2상까지 완료했으나,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고 개발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보다 앞서 일양약품, GC녹십자 등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대웅제약, 신풍제약, 종근당, 부광약품, 일양약품의 공통점은 모두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이거나 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약물 재창출은 이미 시판 중이거나 임상 단계에서 실패한 약물을 활용해 다른 질환의 약물로 개발하는 방법이다. 대웅제약의 코비블록은 만성 췌장염 치료제, 신풍제약의 피라맥스는 말라리아 치료제, 종근당의 나파벨탄은 췌장염 치료제, 부광약품의 레보비르는 B형 간염치료제, 일양약품의 라도티닙은 백혈병 치료제다.
업체들이 약물 재창출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경제성 논리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10~15년 이상의 연구개발 기간과 최대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성공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약물 재창출 방식은 일반적인 신약 개발 방식보다 비용이 80% 이상 절약되고 성공률도 1.5배 더 높거나, 임상2상에 들어간 약물의 25%가 시장에 출시된다는 보고들도 있다.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다 탄생한 비아그라, 위궤양 치료제로 개발중이었으나 임상중 털이 나는 부작용으로 탈모치료제로 쓰이게 된 미녹시딜 등이 대표적인 약물 재창출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약물 재창출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최적화된 약물이 아니기에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효능이 뛰어난 약물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 실제로 많은 약물들이 코로나 치료제 후보로 떠올랐지만 약물 재창출에 성공한 사례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던 렘데시비르가 유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사 바이러스에 효능이나 안전성이 입증된 기존 약물이 코로나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개발에 착수하지만, 유효성 입증은 기존 신약 개발과 똑같다고 봐야한다”며 “결국 약물 재창출 방식이나 신약 개발 방식의 위험성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처음부터 시작하는 풀 프로세스 신약 개발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해도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기에 약물 재창출 방식 역시 신약 개발이라는 제약사의 숙명과 일맥상통한다”며 “설사 실패해도 그 노력은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