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DL케미칼이 규모와 역량 면에서 국내외 안팎으로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글로벌 20위권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포트폴리오를 착실히 쌓아가는 모양새다.
DL케미칼은 7일 DL그룹 내 영업·마케팅 부문인 대림피앤피를 흡수 합병한다고 밝혔다. 생산·연구개발 전문인 DL케미칼과 이원화돼 있던 구조를 탈피해 기술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원스톱 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미국 석유화학기업 크레이튼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 투자액만 16억 달러(약 1조 9100억원)로, DL그룹(옛 대림그룹)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크레이튼은 세계 최대 바이오 케미컬 회사로, 소나무 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정제해 화학 제품을 제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간 바이오 케미컬 생산 능력은 70만t으로, 다수 기술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DL케미칼은 이번 합병을 통해 원천기술을 추가로 확보하고 투자를 확대해 바이오 케미컬 분야 신소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크레이튼 인수는 내년 상반기 마무리할 예정이다.
DL케미칼이 조직 안팎의 체질을 개선하고 몸집 단장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에는 미국 렉스택과 손잡고 합작법인 '디렉스 폴리머'를 설립, 친환경 핫멜트 접착제 생산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포장재와 반창고, 가구 등에 두루 쓰이는 핫멜트 접착제는 화학업계 주요 소재로 꼽힌다. 디렉스 폴리머는 여수산업단지 내 연 4만t급 생산 시설을 갖추고 2023년 상반기부터 생산에 돌입한다.
디파인(D.FINE) 등 자체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디파인은 DL케미칼이 자체 개발한 친환경 메탈로센 폴리에틸렌 소재다. 산업용 포장재와 화장품 용기 등에 두루 사용되는 메탈로센 폴리에틸렌 소재의 기능을 개선한 것으로,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줄였다. 여수산단 내 25만t 규모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DL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 선언 이후 홀로서기에 나선 DL케미칼의 실적은 꽤 우수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DL케미칼의 영업이익은 535억원으로 연말까지 10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DL그룹 플라스틱가공 전문 기업인 DL에프엔씨 등의 실적을 합치면 올해 영업이익은 16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실적(987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김상우 DL케미칼 대표는 고도의 투자를 통해 "글로벌 20위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놨다. 앞으로도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친환경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합병으로 글로벌 석유화학 회사를 향한 DL케미칼의 도약이 속도를 받게 됐다"며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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