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LG화학이 제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3대 신성장동력의 주요 축은 배터리다. 전기자동차 수요 증가에 따라 양극재, 음극 바인더 등 배터리 소재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분사한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등에 6조원 투자...IPO 등으로 재원 마련
LG화학은 오는 2025년까지 신성장동력(친환경 소재·전지 소재·글로벌 혁신 신약) 분야에 10조원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6조원은 전지 부문에 투자한다. 기존에 집중하고 있던 양극재를 시작으로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CNT) 등까지 전지 관련 소재를 폭넓게 육성하기 위해서다.
먼저 배터리 부문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늘리기도 했다. 현재는 청주 중국 공장에 생산 공장을 현재 운영하는 청주, 중국 공장에 이어 올해 12월 구미 공장을 착공한다. 구미 공장은 연간 6만t 규모의 생산량을 갖추고 있어 LG화학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2020년 4만t에서 2026년 26만t으로 7배가량 늘어난다.
양극재,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등 제품군도 확대한다. 연구 개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기술을 차별화할 계획이다. 분리막 사업은 빠른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력과 보유 고객 등 시장성을 모두 갖춘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투자 재원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투자 자금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빠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IPO의 가장 큰 이점이 투자 재원을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투자 여력이 사실상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LG화학의 이차전지 부문을 물적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공모 청약 등의 절차까지 4개월 정도 걸리는 점에 미뤄보면 10월쯤에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또 "그린 본드 발행 등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LG화학의 향후 비전 로드맵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높다"며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의 70~8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연간 2조원 정도 투자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지 소재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모든 생산 공정에서 'RE100'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LG화학은 앞서 지난해 발표한 '2050년 탄소 중립 성장' 선언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점유율 뒤처진 'K-배터리', 희망 생기나
LG화학이 세계 최대 종합 전지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목표 아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지난해 310만대에서 2030년 5180만대로 17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전지 소재 시장은 2021년 39조원에서, 2026년 100조원 규모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성능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더딘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 글로벌 양극재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0.2%로, 중국(54.6%)에 뒤처졌다. 분리막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11.9%에 불과해 중국(54.6%), 일본(33.4%)에 한참 못 미쳤다. LG화학의 이번 투자 계획이 분위기 반전을 이뤄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LG화학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 도전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200t 규모의 CNT 공장을 증설했다. CNT는 전기차 배터리 내부에서 전자의 흐름을 돕는 주요 소재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CNT 수요는 지난해 5000톤 규모에서 2024년 2만톤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LG화학은 CNT 생산 규모를 2021년 1700t에서 2025년까지 3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량을 높이기 위해 유럽, 미국 등에도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밑그림도 그렸다.
신 부회장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음극 바인더, 양극 분산재 등 흩어져 있던 분야를 일원화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되 해외 생산거점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지소재, 친환경 확대 등 2차 전지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 주주가치를 재고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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