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야놀자 등 기업공개(IPO) 예정인 대어급 기업들이 IPO 거품 우려로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대어급 IPO였던 SKIET의 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형성되고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에 실패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IPO 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대비해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IPO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장외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지난달 대비 38.8% 급갑
25일 금융투자업계와 장외 주식시장인 K-OTC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5월21일 주가는 9만7000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5.8% 하락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9만500원에서 단 한 달 만에 12만4000원으로 급등하며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9월 기준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45조2720억원으로 국내 4대 은행사인 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의 합계 시총(44조4284억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뿐만 아니라 이달 기존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마친 크래프톤도 지난달 말보다 주가가 11.2% 떨어졌으며 현대엔지니어링(-5.8%), 야놀자(-9.7%), 빗썸코리아(-9.3%) 등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 K-OTC의 기준 5월 3주차 장외시장 일일평균 거래대금은 38억9000만원으로 지난달 대비 38.8% 급감했다.
IPO 대어 기업의 장외시장가 하락은 공모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사전에 물량을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상장한 5개 기업 중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된 종목은 SKIET, 삼영에스앤씨 등 2개에 불과했다. 5월 11일 상장한 SKIET의 시초가는 공모가(10만5000원)의 2배인 21만원에, 21일 상장한 삼영에스앤씨의 시초가도 공모가(1만1000원) 100%인 2만2000원에 형성됐다.
특히 SKIET는 따상에 실패하면서 대어급 IPO는 무조건 상장 당일 따상을 한다는 공식이 깨진 사례로 남았다.
지난해 대어로 주목받은 기업들의 주가흐름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하이브(구 빅히트)는 상장 전 장외시장에서 30만원대에 거래됐으나 상장 첫날 25만8000원을 기록한 뒤 내리막길을 이어오다가 1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주가는 26만6000원대까지 회복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상장 전 장외시장에서 20만원대 거래됐으나 상장 첫날 16만9000원, 둘째날 16만6500원을 기록한 후 하락했다. 현재는 16만1500원대다.
◇금리 인상도 변수···“투자 기업 가치 확인 필요”
하반기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인상된다면 IPO 시장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 19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는 참석자 중 일부가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 어느 시점에서는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절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해당 의견은 연준이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정책을 펼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화폐가치가 높아지므로 채권에 자금이 유입된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에 상장하는 기업들 역시 하방 압력을 받아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낼 여지가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IPO의 경우 상장 직후 주가가 오버슈팅했다가 본래의 적정주가로 찾아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며 “무조건적으로 ‘따상’을 한다는 마음가짐보다는 본질적인 기업 가치를 확인하고 기관 보유 물량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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