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주)와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주가 부진이 지속되면서 뿔이 난 것이다.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주가 부진은 SK(주)와 SK텔레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가파른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쉬어가는 국면에 돌입했다. 주주들의 분노가 과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투자 기간을 넓혀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주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친 것이다. 그룹 대표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주가와 비교해도 확연히 다르다.
이전부터 SK그룹은 주주가치 제고를 유독 강조해왔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언급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들이 오히려 주주들에게 더 큰 실망을 가져다 준 셈이다.
결국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공식화했다.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투자회사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ADT캡스, 웨이브, SK브로드밴드 등 자회사들이 줄줄이 상장하면 주가에도 충분한 가치가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SK(주)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회사 SK이노베이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소송전이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된 탓이다.
실질적으로 SK이노베이션 이익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SK(주) 주가가 지난 1월 크게 오른 배경에는 ‘자회사 성장 기대감’이 존재한다.
SK텔레콤이 지주사로 전환한 후 실적 기준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은 SK텔레콤 사업부문이다. 주가는 여타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 일정과 성장 전망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SK(주) 주가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보면 주주가치 제고를 낙관하기도 어렵다. 성장전망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본 펀더멘탈에 주가가 수렴한다는 정설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SK텔레콤 자회사 상장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높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가치를 제고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다수의 증권사들도 자회사 IPO에만 초점을 맞춰 기업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각 자회사들의 경쟁력과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경제적 해자 등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없다.
SK그룹은 투자형 지주사를 표방하고 있다. 투자형 지주사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다. 버크셔해서웨이의 가장 큰 특징은 자회사 IPO 등으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지주사로 현금흐름이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만 집중할 뿐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텔레콤 인적분할에 시장 관심이 높은 이유는 단연 주가 때문”이라며 “자회사들이 각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꾸준한 현금흐름을 발생시켜야 수익 안정성에 따른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K(주) 주가가 급락한 것도 ‘성장’만 강조됐을 뿐 수익 안정성 부제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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