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최근 삼성증권을 이용하던 직장인 이 모씨는 거래하던 증권사를 바꿀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에 도전했지만 주식을 하나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주간사들은 모두 배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 화가난다.
이씨는 “사전에 모바일 안내창으로 공모주를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안내를 받긴 했지만 다른 증권사들은 다 받았는데 나만 못받았다는 생각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좀 더 큰 증권사로 갈아타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손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물량에 ‘0주 배정’이 나타나면서 고객 이탈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균등배정이라는 말을 믿고 자금을 넣었지만, 사실상 추첨제로 배정 받게 되면서 1~2주를 손쉽게 받는 다른 증권사 고객들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는 상황. 거에는 청약 환불금을 활용해 투자 시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있었지만, 해당 증권사들은 이마저도 없어 이탈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최근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청약 증거금은 63조6198억원으로, 지난해 최대 청약 증거금이 모였던 카카오게임즈의 58조5543억원을 뛰어넘었다.
이렇다보니 물량 배정이 적은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균등 배정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주식 배정을 못받는 이른바 ‘0주 배정’이 속출하게 됐다.
삼성증권의 청약건수는 39만5290건으로 균등배정 물량(14만5928주)의 3배가 몰렸다. 삼성증권을 통해 청약한 투자자는 균등배정 물량에서는 약 3분의 1 확률로 1주를 받게 된다. 하나금융투자의 청약건수는 20만9594건으로, 균등배정물량(14만5928주)를 초과했다.
이들 증권사는 균등배정 물량인 일반청약 배정 물량의 50%를 모든 청약자에게 무작위 추첨 배정한 후 남은 50% 수량을 비례배정하게 된다. 아파트 청약처럼 사실상 추첨제가 된 셈이다.
이처럼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0주 배정자가 속출하자, 투자자들이 이탈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해당 증권사와 거래하는 일부 투자자들은 오픈카톡방과 주식토론방 등에서 “IPO 수주 많이 하던 상위 3개사 계좌를 터야겠다”, “제발 1주라도 배정받게 해주세요”, “0주가 되면 거래 증권사 바꾸겠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특히 과거에는 많이 진행됐던 ‘환불금 이벤트’가 없어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환불금 증권사 금융상품에 가입할 경우 상품권, 현금 캐시백 등을 제공해왔지만 두 회사 모두 유사한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투자자 반발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사에 배정된 물량이 적어 0주 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사전에 충분히 공지한 후 새로 시행된 제도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배정된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0주 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예상됐지만 제도적 문제이기 때문에 (삼성증권이) 이걸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지난주부터 모바일 팝업 등으로 관련 공지사항을 올리며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회사 타이틀로 주식을 더 주고 덜 주는게 아니라 정해진 시스템과 룰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며 “좋은회사 공모주는 투자자가 많이 몰려 언제나 0주 배정의 위험이 있는데 (투자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시스템을 맞춰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복 청약을 막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균등 배정 방식에서는 일반 배정 물량의 50%가 공평하게 배분되기 때문에, 청약 계좌가 많을수록 배정받는 물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를 악용해 일부 투자자들은 모든 주간사 증권사의 계좌를 트거나, 친인척까지 동원해 계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발표한 ‘IPO 공모주 일반청약자 참여기회 확대방안’을 통해 “복수 주관사가 존재하는 기업공개 시 여러 증권사를 통해 중복청약하는 행위를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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