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3사의 합병이 임박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부문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합병 비율을 둘러싼 소액주주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 3사는 오는 25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3사의 합병 예정일은 4월 1일이며, 신주 상장일은 4월 14일이다.
업계에서는 3사 합병이 “IT공룡과 테슬라에 맞서 소프트웨어를 강화할 카드를 마련했다”며 기대감을 표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합병은 순탄치 않았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의 합병 비율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12월 현대오토에버가 3사 통합을 발표한 직후부터 합병 비율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시작됐다.
처음 합병 발표 때 현대차그룹은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의 합병 비율을 1대 0.958로 잡았고, 기업가치를 1주당 8만8381원으로 산출했다.
그러나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은 발행주식 수를 고려하면 불공정한 합병 비율이라며 3사 통합에 반대했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의 자본총액을 발행주식총수로 나눠 1주당 자본총액을 계산하면 현대엠엔소프트가 오토에버의 1.95배가 되기 때문이다. 혀대차그룹 측 산출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소액주주들은 합병 비율에 대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금융감독원에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말 현대오토에버 측에 합병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금감원 측은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정정신고서 요구 사유를 밝혔다.
금감원 요구에 따라 현대오토에버 측은 현대엠엔소프트 수익가치를 일부 상향 조정해 합병 비율을 1대 0.987로 수정했다. 1주당 가치는 9만1045원으로 3.01% 높였다.
그러나 금감원은 현대오토에버가 제출한 정정신고서를 승인하지 않았고, 지난달 또다시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현대오토에버 측이 수정한 합병 비율도 민원을 넣은 소액주주들의 주장과 차이가 컸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현대오토에버는 합병 비율을 한 번 더 수정해 1대 1.002로 상향 조정했고, 금감원은 지난 8일 이를 승인했다.
현대오토에버 측은 합병 비율 불공정 논란에 대해 “외부 평가 기관의 공정한 산출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두 번이나 제동을 건 만큼 현대차그룹과 현대오토에버는 합병 비율을 불공정하게 잡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소액주주 측은 금감원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합병 비율이 정당하지 못하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비율 논란은 기업의 역량과는 별개로 신뢰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그룹 다른 주요 계열사와 달리 투명경영위원회가 없고, 상장 시기의 문제로 ESG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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