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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논란’ SK하이닉스, EVA 비공개 고수...직원 달래기 나서

이성규 기자 2021-02-03 10:48:12

기업가치 결정 지표...주관적 성향 강해 “더욱 공개 해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데일리동방] SK하이닉스가 초과이익성과금(PS) 책정 기준인 경제적부가가치(EVA)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EVA는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지만 주관적 성향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ESG경영 핵심 중 하나인 ‘투명경영 정보공개’를 스스로 저버린 셈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일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에 대해 예정된 지급 기준을 따른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는 기대에 부응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는 연봉을 반납해 구성원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그만큼 SK하이닉스 성과급 지급 논란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직원들이 불만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4% 증가한 5조216억원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PS는 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2019년 SK하이닉스는 PS를 지급하지 않았다. ‘미래 성장 특별 기여금’ 명목으로 기본급의 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2018년 대비 영업이익이 90% 가량 급감한 탓이다.

실질적으로 SK하이닉스가 PS를 산정하는 기준은 경제적부가가치(EVA)다. EVA는 세후영업이익에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차감한 수치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2019년 SK하이닉스 EVA는 마이너스(-) 8133억원이다.

SK하이닉스가 2019년 PS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단순 영업이익이 감소가 아닌 EVA가 적자를 기록한 탓이라 할 수 있다. 세후영업이익이 1조6471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2조4604억원에 달하는 WACC가 발생해 EVA를 끌어내렸다.

여기까지만 보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불만이 더 많은 성과급을 받기 위한 ‘떼쓰기’로 비춰질 수 있다.

문제는 SK하이닉스 측은 EVA를 공개하지 않는 점이다. EVA를 산출하는 정확한 산식은 투하자본수익률(ROIC)에서 WACC(%로 전환)를 차감한 후 투하자본(IC)를 곱하는 것이다. 그러나 EVA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각 항목을 결정하는 데 있어 ‘주관적’ 판단이 상당수 포함되는데 있다.

예를 들면 투하자본은 현금성자산을 얼마나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투자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현금성자산의 투하자본 인정 규모는 매출액의 3% 정도지만 기업과 투자자 등 각 주체별 정하는 비율에 차이가 있다.

WACC는 ‘자본비용’으로 불리지만 정확히는 자본과 부채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가중평균이다. WACC를 구하기 위한 과정 중 부채비용은 신용등급과 시장금리 등에 반영돼 있어 비교적 산출하기 쉽다. 반면 자본비용은 에퀴티(Equity) 투자자가 배당과 자본이익을 포함해 요구하는 연간 기대수익률로 일명 ‘베타’를 구해야 산출이 가능하다. 베타란 특정 기업 주식이 전체 시장 등락률 대비 얼마나 움직이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코스피 지수가 1% 상승할 때, SK하이닉스 주가가 2% 상승하면 ‘SK하이닉스 베타는 2’라고 한다.

최근 1년간 SK하이닉스 베타는 1.8 수준이며 성과급 비교 대상으로 지목되는 삼성전자는 1.4다. 두 기업 간 이익규모는 차치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이 EVA를 끌어내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직원과는 직접적으로 전혀 상관이 없는 기업 주가가 PS 기준을 정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자본비용에는 기대수익률이 반영되고, 투하자본 산정 역시 유동적 조정이 가능해 이를 통해 도출되는 EVA를 객관적 지표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EVA와 같은 주관적 지표를 산출하는 과정은 더욱 공개해야 하는 것이 옳다. ‘대외비’라고 하지만 EVA를 바라보는 각 주체별로 해석이 달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ESG경영을 강조하는 SK그룹과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겉으로만 ‘투명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기업 대부분이 성과 보상 기준으로 EVA를 사용하고 있는데 본래 목적은 기업 가치평가에 있다”며 “공개를 해서 문제가 될 만큼 비밀정보도 아니고 투명경영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공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VA가 주관적 성향을 갖고 있어 산출 과정 공개 시 각종 논란이 발생할 여지를 신경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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