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대법원 판결로 부정 채용사실이 확정됐지만 현재까지 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19명으로 가장 많고 대구은행 17명, 광주은행 5명 순이다.
이들은 이른바 ‘아빠 찬스’를 비롯해 고위 공직자 청탁 등으로 금융권에 입사한 정황이 드러난 사례로, 관련 내용이 세간에 알려진지 3년이 지났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서 금융권 내 채용비리 사건이 한 차례 더 언급되면서 금융당국은 범 금융권과 협력해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올해 10월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들 은행 외에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고 하급심이 진행 중인 곳은 신한·KB국민·하나은행 등이 있다.
당시 국감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연합회 등과 심도 깊게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측도 “금감원과의 공식 논의는 아직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은행권 검사·감독 의무를 진 금감원조차 채용 비리 사실을 알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앞서 감사원이 금감원을 상대로 2015년 기관운영 감사를 벌여 2년 후인 2017년 9월 통보한 핵심 내용을 보면 금융회사의 형법 등 위반 행위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가 부적정했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당시 감사원은 금감원에 “은행법, 보험법 신용협동조합법 등 금융 관련 법규와 규정을 위반한 금융기관의 임직원을 제재할 수 있으나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형법 또는 특정경제범죄 가정추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는 없다”며 ‘주의’ 요구를 내렸다.
상급기관인 감사원이 금감원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에 따른 제재를 문제 삼은 것으로, 사실상 피감기관의 자격으로 금감원의 손발을 묶은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 비리가 불거진 2017년 말,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했으나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수준에 그쳐야 했다. 결국 감사원 감사가 부담될 수밖에 없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수년째 채용 비리 건에 직접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공분이 수그러들지 않자 은행연합회는 2018년 4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 규준’을 만들었다. 부정합격자에 대해 은행이 채용을 취소하거나 면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마저도 법적 강제력이 없는 단순 권고사안일 뿐이다. 이미 입사한 부정합격자들에게 소급 적용될 근거가 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용 비리가 금융 관련 법규 위반 사항이 아니라 형법 등에 저촉되기 때문에 (감사원이) 금감원의 권한 밖이라는 지적을 받은 상황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은행연합회와 이야기해 봐야 뾰족한 답이 안 나오고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답답하고 딜레마인데, 연합회의 모범규준은 자율규약일 뿐”이라며 “국감 이후 과거 소급 적용 등에 대해 법제화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해당 의원실에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은 부정채용자의 채용 취소를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채용비리 특별법’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같은 당 류호정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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