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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모뉴엘 사태' 벌써 잊었나…은행 수출채권 중복매입 '확인불가'

신병근 기자 2020-07-02 13:46:27

6년 전 허위수출 규모 3조원, 은행 피해만 6700억

매입여부 확인하는 공동망 전무…관리시스템 부실

연평균 260조원대 매입…EDI는 신용장방식만 적용

자료사진.[사진=픽사베이 제공]

[데일리동방] 연간 수십 조원에 달하는 은행별 수출채권 매입 과정에서 위·변조 의심서류가 적발되는 등 부실한 업무절차에 대한 지적이 따르는 가운데 대표적 수출사기로 꼽히는 '모뉴엘 사태'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관련기사:본지 7월 1일자 국민·하나·우리銀, 수출채권 관리 '구멍'…위조 서류에도 '속수무책')

각종 수출입 서류를 조작해 3조원이 넘는 허위 수출을 꾸미고 은행에 입힌 피해액만 6700억원에 이른 모뉴얼 사태가 발생한 지 불과 6년이 흘렀지만, 은행권 협의기구인 전국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마련한 대책의 허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2일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수출채권 매입규모는 연 평균 2187억달러(원화 262조여원)에 달하고, 은행별로 보면 많게는 연간 30조원 이상 매입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 업무에서 차지하는 채권매입 업무 비중이 높지만 수출채권의 중복 매입을 확인할 수 있는 업권 공동망은 전무하고 EDI(전자상거래 정보전달시스템) 형태로 관리되는 무역방식도 제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일한 수출입 서류로 한 은행에서 대출 신청을 하고, 또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더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주요 은행을 상대로 벌인 검사 결과 수출신고필증 등 고유번호를 활용해 업체의 과거 수출채권 매입 이력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고 지적했다.

2014년 10월 터진 모뉴엘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2018년 9월부터 전자무역기반시설과 관세청 통관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한 'O/A(Open Account) 한도관리시스템'을 일선 은행에 도입했다.

EDI(전자상거래 정보전달시스템) 기반의 수출채권 매입정보시스템도 구축했지만 무역거래의 한 형태인 신용장 방식에만 쓰이는 것으로 드러나 무신용장 방식에는 무용지물인 실정이다.

통상 대기업 등 무역거래를 수시로 하는 업체들이 EDI를 쓰고 있는 반면, EDI를 강제로 적용할 수 없는 여건상 중소규모 업체들의 EDI 사용 여부 역시 확인하기 어렵다. 업계에선 신용장 방식의 경우 EDI로 거래 현황을 관리할 수 있지만 무신용장 방식에선 서류 조작 등 위법 행위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특히 은행들은 수출 관련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로 지목되는 수출신고필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 않아 위·변조가 의심되는 수출신고필증과 선적서류가 상당수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봇청소기를 주종으로 가전제품을 제작한 중견가전업체 모뉴엘도 이같은 서류를 조작해 회계부정과 금융사기를 저질러 1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수출사기 근절을 위해 당국과 은행연합회가 수년에 걸쳐 대책을 내놨지만 미봉책에 그치자 언제든 사기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업체가 수출채권 중복매입을 했는지 일개 은행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고, 확인할 법적 근거도 없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위조 의심서류까지 나오는 마당에 제2의, 제3의 모뉴엘 사태가 언젠가 터질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수출계약서와 수출신고필증, 송장(인보이스) 번호 등을 전산으로 관리해 수출채권 중복여부를 확인할 기재를 마련할 것을 은행측에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2월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에서 발견된 위·변조 의심 서류는 관세청에 모두 신고했다"며 "은행들은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UNI-PASS) 조회로 수출신고필증의 진위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수출채권 매입이 이뤄지도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서류의 실제 조회 여부 등을 제3자가 점검할 수 있는 통제 장치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는 개별 은행의 수출채권 관리 방식과 업권 공동의 공유 방식 간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기존 시스템의 정비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다. 또 향후 은행 실무자들과는 지속 협의할 방침을 전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O/A시스템을 가동중이지만 (기능 향상 등) 확대하는 것은 회원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기존부터 관련 회의는 진행중인데 수반되는 법리적 해석과 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개발 비용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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