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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정의선 수석부회장, ‘위기는 기회’ 반전 카드 보여줄까

이성규 기자 2020-03-22 13:56:24

현대차 이사회 의장 선임, 독립성 확보 이슈보다 신속 책임경영 의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려는 움직임과 다른 모습이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 이사회 독립성 등 문제가 있지만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지난달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2년간 맡았던 현대차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간 정몽구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 이유는 책임경영이다. 그러나 기업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는 것은 투명성 확보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이에 정의선 부회장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현대차는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 독립성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보상위원회 부재 등 부족한 점이 많다. 지배구조 투명성, 전문경영인 체제 선호, 주주 행동주의 등 불합리한 기업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만큼 정의선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래사업과 체질개선에 더욱 집중할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정의선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독립성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겸임을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 등 장점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면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가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그만큼 경영효율성이 낮아진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 부실경영 등을 방관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유연한 경영이 가능하다.

정의선 부회장은 의장을 맡으면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승계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과거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펀드 공격에 지배구조와 승계 문제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며 “정의선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면 승계에 대한 지적이 나올 것이 뻔한 상황에서 무리한 결정을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시장 상황이 위기를 넘어 공포 수준에 달하고 있는 시기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정의선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손해 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여부를 두고 찬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시장 벽에 부딪혔고 이후 투자자와 회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시장이 지배구조 개편 관련 감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선 부회장은 의장 겸직에 대한 ‘장점’을 선택한 셈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부정적 시선을 보낼 수 없는 이유다.

이 연구원은 “정의선 부회장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그룹 체질을 개선하고 신사업을 개척에 성공하면 입지는 단연 확고해진다”며 “일부 사안이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상황이 어려운 만큼 질타할 이유도 크지 않아 정의선 부회장은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잃을 부분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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