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가 '낙하산 행장'으로 규정하며 지난 3일 임기를 시작한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지 27일째 만이다. 노조측이 강경 노선에서 급선회한 것과 관련, 설 연휴 동안 이번 사태에 대한 여당의 사과를 이끌어 낸 게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회동을 갖고 노조의 투쟁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기업은행 노조측은 그간 전국금융노조와 여당 간 맺은 '낙하산 인사 근절' 협약이 결렬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청와대와 여당의 사과 표명을 요구해왔다. 윤 행장과의 대화는 그 다음이라는 주장을 견지하면서다.
은행측도 노사협력팀을 필두로 수차례 노조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부의 사과, 재발방지 방침이 우선"이라는 대답만 되돌아왔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의 갈등 속에 윤 행장 역시 제대로된 출근이 막혀 인근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임시 사무실을 이용해왔다.
윤 행장의 출근길이 막히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비롯 임직원 정기인사, 영업점별 목표 배정 등 주요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따른 은행 이미지 실추, 고객 불편 등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사정이 극에 치닫자 당정이 우선 나섰다. 민주당과 금융위는 지난주 노조측에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자는 제의를 했고, 김 노조위원장은 기존과 같은 요구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투쟁 종료를 권유하는 동시에 당 차원의 유감 표명을 검토하겠다며 '협상 테이블'로 나가겠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행장도 노조 집행부와 지속적인 면담에 나선데 이어 지난 22일 당정의 중재로 김 노조위원장과 직접 만나며 본격적인 대화를 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노사 실무진의 물밑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27일 노조와 당정, 윤 행장 등이 모이는 자리가 마련됐고, 결국 노조측이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당정의 유감 표명이 이뤄졌다.
한국노동자조합총연맹(한노총) 지도부까지 최근 기업은행 노조 투쟁에 가세해 업권 안팎의 우려가 제기됐지만 '설날 협상'의 극적 타결로 일단락된 양상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이 원내대표가 충분히 유감을 표명했고 오늘 민주당 원내 대책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후 낙하산 행장 인사를 막는 방안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기업은행장 임명 과정에서 소통과 협의가 부족해 이런 합의가 안 지켜졌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을 대표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행장과 김 노조위원장은 설날 협상 테이블에서 '6대 노사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노조추천이사제를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시 노조의 반대 시 추진하지 않으며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인병 휴직(휴가) 확대를 위한 협의, 정규직 직원 처우 개선에 따른 후속 조치 노력 등도 포함한다.
윤 행장은 29일 오전 9시 본점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그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풀 수 있었다. 노사 모두 마음을 열고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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