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공통된 경영로드맵 중 글로벌 사업의 비중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각 은행장들도 '글로벌'을 경영방침의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포화 상태의 국내 금융시장 경쟁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 은행권은 지속적인 성장과 미래 가치창출 동력을 확보하는 취지로 동남아, 그중에서도 베트남을 최우선 거점으로 삼는 모습이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글로벌 사업 과녁에 베트남을 올린 건 연평균 7%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의 잠재력이 가장 큰 요인이다. 때문에 외국계은행의 베트남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뱅킹 환경을 조성할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고,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최적의 마케팅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최초로 1995년 베트남에 호치민지점을 설립한 신한은행은 신한베트남은행 법인 체제로 36개 영업점을 운영중이다. 올해 6월 기준 신한베트남은행의 당기순익은 568억원 규모로, 직원수만 1800명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현지 기업과 리테일 자산, 고객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며 3년 전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2020 Cashless(현금이 없는) 사회' 정책에 당행의 디지털 전략을 접목할 방침이다. 최근 전자지갑 송금 서비스를 구현한데 이어 전자지갑 대출서비스, 삼성페이 선불카드 등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1997년 베트남 하노이지점 설립 이후 2016년 베트남우리은행의 법인 인가를 획득, 법인 체제 하에 10개 지점을 운영중이다. 내년 초에는 지점수를 14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지에선 기업금융에 특화된 우리은행의 영업력을 집중시키는가 하면 모바일 중심 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올해 7월 인공지능(AI)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을 가동했고 모바일 서비스 개편과 비대면 마케팅 전담조직 등을 구성 중이다. 또 지난달에는 동남아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핀테크랩 센터인 '디노랩 베트남'을 출범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베트남 자산규모 1위 은행이자 4대 국영상업은행 중 하나인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의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취득하며 베트남 진출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하나은행은 BIDV가 발행한 신주 6억330만2706주를 1조148억원에 인수, 15%의 지분을 취해득 2대 주주가 됐다. 베트남 금융시장의 성숙도를 초기단계라 파악한 하나은행은 리스크 관리, 개인금융 관련 기법을 전수해 기업금융 위주의 BIDV 자산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호치민, 하노이에서 각각 지점을 운영중이다. 국내 기업의 진출이 꾸준한 베트남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젊은층의 금융소비 형태에 적합한 디지털뱅킹 모델을 제공할 목표로 현지 리테일 시장 진출에 기대를 모은다.
농협은행은 하노이지점, 호치민 사무소를 운영중이며 글로벌 사업 후발주자의 열위를 극복하고자 핵심역량인 농업분야 금융, 생산, 유통, 판매 노하우 등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을 그리고 있다. 베트남 최대 국영은행 아그리뱅크와 더불어 농업 관련 여신상품과 전문 심사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아세안 국가 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베트남은 규제당국의 개방성 등 여러 긍정적 요인으로 투자에 적합한 국가"라며 "국내 은행업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매우 저조한 상황에서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따른 은행권의 베트남 진출 경쟁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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