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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빚'만 7조…‘승자의 저주’ 피할 묘수는

이성규 기자 2019-09-06 06:17:00

FCF 감안시 6000억~7000억…산은 영구CB 고려해도 최소 20%↑

1.5조 이하, 불확실성 회피…불안한 항공업, 과감한 배팅 어려워

[사진=아시아나항공]

[데일리동방]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본격 막을 올렸다. 현금흐름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판돈’은 커진다. 그러나 항공업 특성과 최근 불거진 대내외 불확실성 고려 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지난 수년간 ‘부채경영’을 해온 아시아나항공이 단기간 내 정상화되기도 쉽지 않다. 시장에 떠도는 아시아나항공 가치는 매각주체의 ‘헛된 바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수주체 입장에서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인수가를 최대한 낮추는 방법뿐이다. 시장이 평가하는 아시아나항공 가치는 얼마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3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은 애경그룹, KCGI,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과 또 다른 사모펀드 1곳이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SK, 한화, GS 등 대그룹은 없었다. 그룹사 중 일부는 투자설명서(IM)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상황만 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흥행은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걸림돌로 작용했을까.

주지하다시피 아시아나항공 실적은 부진하다. 7조원에 달하는 부채도 문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1.05%)도 비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황 전망도 부정적인 만큼 인수자 부담은 상당하다.

결국 가격이 문제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금호산업 지분 31.05%)가 1조5000억~2조원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IB 관계자는 “통상 인수합병(M&A)시장은 잡음이 많기 때문에 기업 밸류도 고무줄처럼 늘고 줄어든다”며 “매각 혹은 인수주체들이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명확하지 않은 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아시아나항공 가치는 그 출처도 불명확하고 타당성도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M&A 과정에서 해당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현금흐름할인법(DCF), LBO, 상대가치법 등이 있다. 이중에서도 DCF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인 평가법이다.

미래에 예상되는 연간 현금흐름을 할인율로 나눠 합산하는 방법이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할인율 등 주요 지표가 주관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 기업가치는 ‘신’밖에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매각가를 기준으로 역산하는 방법도 있다. 예상 가격 등이 거론되면 최근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향후 몇 년간, 최소 얼마의 성장을 해야 해당 가치에 부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에 떠도는 아시아나항공 가치는 어느 수준일까.

최근 3년 평균 아시아나항공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약 2700억원이다.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항공사는 투자비 과다 계상을 방지하기 위해 리스 계약 등 임대계약을 한다. 이는 자본적지출(CAPEX) 항목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관련 이자지급 비용을 제외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FCF는 1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시장이 예상하는 1조5000억~2조원 수준(시가총액 기준 4조5000억~6조원)에 부합하려면 FCF가 연간 8% 이상(정률 성장, 자본비용 10% 가정) 늘어야 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더라도 7%대 증가가 요구된다. 성숙기업들이 연간 2~3%대 증가율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밸류라고 할 수 있다.

보수적 관점에서 연간 2~3%대 증가를 기대한다면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으로 뚝 떨어진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도 1조8000억~2조원 수준이다. 매각대상인 금호산업 지분은 6000억~7000억원 수준인 셈이다.

물론 시장 예상치는 매각 대상 지분과 산업은행이 사들이 영구전환사채(CB) 5000억원, 신주 발행 자금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영구CB를 5000억원으로 고정시키면 매각 지분과 신주발행 등에 인수자가 지불해야 하는 자금은 1조~1조5000억원이 된다.

유상증자가 전체 시가총액의 20~30% 수준임을 감안하면 금호산업 지분은 7000억~1조2000억원의 가치를 부여받는다. 앞서 제시한 ‘2~3% 성장’과 비교 시 적게는 20%, 많게는 70% 차이가 난다. 아시아나항공 예상 매각가가 최소 20% 높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수자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금호산업이 매각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산은의 영구CB 인수, 신주발행을 위한 유상증자 참여 등을 종합하면 1조5000억원 이하로 배팅을 해야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7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안하면 이조차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아시아나항공이 총자산 규모를 늘린 것은 다름 아닌 부채다. 외형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빚’이다. 인수주체들이 과감한 배팅이 어려운 이유다.

한 증권사 연구원 “FCF가 3000억원 이상 나온다면 비싼 가격도 아니다”라며 “성장이 어렵다면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 경영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현금흐름은 변동성이 높아 이 조차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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