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이든 황혼이든 주체가 '시니어'란 게 공통점이다. 은퇴설계가 필요한 세대란 점도 같다. 하지만 서로가 느끼는 행복의 차이는 분명하다. 은퇴설계 전문가인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 정인호(45) 차장은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위해 견고한 은퇴설계가 필요한데 최적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한다.
◆ 2년간 교육생 1000명…"연금 복리효과 놓치지마"
2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사옥에서 만난 정인호 차장은 우리금융그룹 내 시니어마케팅 부문 최고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첫 인사를 건냈다. 고객 교육과 우리은행 직원연수 강연에 신상품 기획까지 맡다보니, 바쁜 일상에 눈코 뜰 새 없다는 거다.
이날도 최근 출시된 '시니어플러스 우리패키지' 상품을 모니터링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우리통장(수수료면제·최고 연 1.50%)·우리예금(최고 연 2.15%)·우리적금(최고 연 2.25%)'의 패키지상품 기획자도 정인호 차장이다.
백화점과 보험사를 거쳐 8년 전 은행권에 발을 들인 그는 2017년부터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에서 활동중이다. 입행 전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을 취득한 게 시니어마케터의 배경이 됐다. 현재 은퇴마케팅·비대면 은퇴설계 시스템·직원과 고객 교육·은퇴정보 콘텐츠 제작 등을 맡고 있다.
2년 간 우리은행 서울연수원과 각종 세미나 강좌를 합쳐 1000여명의 교육생이 그를 거쳤다. 세대에 맞는 눈높이 교육으로 2030 젊은 세대 부터 60대 이상 시니어층까지 아우른다.
정인호 차장이 강연하는 은퇴설계 교육의 키워드는 연금과 복리효과다. 그는 "단리의 달콤함보다 우직하게 기다려 더 큰 결실을 맺는 복리를 강력 추천한다"며 "모든 교육에 적기가 따로 없듯 은퇴설계 역시 지금이 바로 최적기"라고 밝혔다.
현재 수준에서 더 나은 수준으로 변하고 싶다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복리효과에 대한 지론도 명료했다. 비교적 젊었을 때 작게 시작하고,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늘리고, 시간의 흐름에 맡겨 마지막에 챙기는 게 곧 복리효과라고 설명했다.
정인호 차장은 "연금을 '목돈 한 방'으로 허물지 말고 연금 자체로 받아야 한다"며 "퇴직·개인연금의 경우 연금으로 받지 않으면 목돈으로 허물어 질 때가 많은데 결국 노후자금의 관점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졸혼·휴혼, 황혼이혼을 상담하는 고객이 늘면서 정인호 차장의 부담도 배가 됐다. 60대 여성 고객의 사례를 들려줬다. 남편이 출근해서 돌아올 때까지 하루의 절반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냈지만 정년 퇴직한 남편이 온종일 집에 있는 게 "너무 불편하다"는 사연이었다.
"결국 남편과 합의를 봤다고 합니다. 삼시세끼는 같이 먹되 오전에는 남편이, 오후에는 본인이 반드시 외출하기로요. 그렇게 집안의 평온을 되찾았다고 하네요."
정인호 차장은 "이 사연처럼 은퇴한 시니어는 부부의 사랑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개인 생활이 무너진다는 걸 눈여겨 봐야 한다"며 "단순히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노후생활의 행복을 가늠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 더블케어 세대의 딜레마… "자녀 앞에선 과감해져라"
시니어라 하면 통상 5060세대를 칭한다. 정인호 차장은 다르다. "젊었을 때 이직이 아닌 자기 본업에서 퇴직했을 때, 그야말로 삶이 꺾이는 그 시점부터 시니어층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은퇴생활과 관련한 '꿀팁'을 달라고 했다. 답변은 명확했다. 소득적인 측면만 은퇴생활의 전부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는 거였다. 현행 노후준비지원법에도 명시돼 있는 재무·건강·관계·여가의 노후 준비 4대 영역을 고루 갖춰 균형을 잡을 것을 권장했다.
정인호 차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관심도는 관계와 여가 영역이 높은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재무와 건강 영역은 기본조건이고, 관계와 여가 영역은 충분조건인 것 같은데 4대 영역의 조화를 이루는 게 핵심"이라고 전했다.
지금의 시니어층이 직면한 이른바 '더블케어', 위로는 부모를 부양하고 아래는 자식을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은퇴설계가 가능할까. 이에 대한 답변 역시 확고했다.
그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학자금, 결혼 준비자금도 빠듯한데 정작 자신을 돌볼 여유는 사치라는 분들도 많다"며 "자녀 앞에선 과감해지라고 한다. 과한 뒷바라지는 피하고 자신의 자녀에게, 그 자녀의 자녀를 또 다시 케어해야 하는 '암묵적 부채의식'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식 간 정(情) 때문에 묵인돼 온 부채의식을 끊는 시점에 대해선 "자녀가 대학생이 됐을 때가 적당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막바지, 전문가 본인의 은퇴설계는 어떤지 궁금했다.
정인호 차장은 "중이 제 머리 못 깎지 않나. 그래도 최소한의 연금과 건강, 아내로부터 허락 받은 주 1회 야구동호회 활동,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5명 정도를 생각해보니 나름 잘 준비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올해 시니어마케터 3년차를 맞았는데, 한 분야에서 10년을 일하면 베테랑 소리를 들을 수 있듯 앞으로도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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