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선수로는 내리막길을 탈 수 있는 '35세 베테랑' 박상현이 아시안투어에서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해 최고의 마무리다.
박상현은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로열 자카르타 골프클럽에서 끝난 아시안투어의 시즌 최종전 BNI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에서 최종합계 이븐파 288타를 기록해 공동 41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시안투어 상금랭킹 2위(56만6211 달러‧약 6억4000만원)로 시즌을 마감한 박상현은 의미 있는 신인상을 수상했다.
박상현은 2018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상금왕‧최저타수상(덕춘상)‧베스트 플레이어 트로피를 싹쓸이한 3관왕의 주인공이다. 박상현은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 상금왕 동시 석권을 위해 KPGA 대상 시상식도 불참하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아쉽게 목표 달성은 이루지 못했지만, 값진 신인상과 함께 유러피언투어 시드권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아시안투어의 신인상 선정 기준은 상금랭킹으로 가린다. 박상현은 올해부터 정식으로 아시안투어에 나선 탓에 서른 중반의 나이에 멋쩍은 신인상을 받게 됐다. 올 시즌 신인상을 다퉜던 상금랭킹 3위 저스틴 하딩(남아프리카공화국)이 최종전에서 컷 탈락하면서 박상현의 신인상이 확정됐다.
박상현은 올해 코리안투어에서 3승을 수확했다. 우승 대회 가운데 GS칼텍스 매경오픈과 신한동해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오픈이 아시안투어와 공동주관 대회로 2개 투어 성적이 모두 상금랭킹에 적용됐다. 또 아시안투어 상금왕에게는 내년 시즌 유러피언투어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상금랭킹 1위 샤르마 슈반카르(인도)가 이미 시드를 갖고 있어 2위인 박상현이 행운을 잡았다.
박상현은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07년 김경태와 강경남 이후 11년 만에 한 시즌 3승을 달성했고, 생애 첫 상금왕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눈을 돌리기도 했던 박상현은 2009년과 2014년 2승씩 올렸으나 각각 배상문과 김승혁에게 밀려 개인 타이틀을 따내지 못하고 2인자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급 굵직한 대회에서 잇따라 정상에 오르며 35세의 느지막한 나이에 골프 인생의 꽃을 피우게 됐다.
박상현은 그동안 꾸준히 우승상금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에 나눈 ‘기부천사’다. 일찌감치 코리안투어 상금왕을 확정한 박상현은 지난달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을 통해 소아암 어린이 치료를 위해 1억원을 쾌척하는 통 큰 기부도 했다. 박상현은 “기부는 필드 위에서 내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를 준다. 동갑내기 아내도 내게 ‘1억원을 기부하면 10억원, 100억원을 더 벌 수 있는 자신감을 줄 것’이라며 흔쾌히 기부에 뜻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35세 신인왕'이라는 신선한 동기부여를 얻은 그의 시선은 이제 한국과 일본을 넘어 유럽 무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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