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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ED 신년기획] 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벗고 콘솔·패키지로 새 판 짠다

류청빛 기자 2026-01-02 08:01:00
2026년을 기점으로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어 과금 요소 보다는 플레이 경험 자체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획 단계 증가
크래프톤의 콘솔 게임 '인조이' 맥 버전 [사진=크래프톤]

[이코노믹데일리] 2026년에 들어서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사업 전략 전반을 다시 짜고 있다. 모바일 중심 확률형 아이템 BM에서 벗어나 콘솔·PC 기반 패키지형 게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익 구조뿐 아니라 개발 철학과 타깃 시장까지 재정의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신규 프로젝트 상당수가 콘솔·PC 기반 패키지형 게임으로 기획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을 기반으로 한 성장세가 둔화됐고 국내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존 BM만으로는 중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된 영향이다.

DS투자증권이 지난 9일 발표한 게임 산업 분석 보고서 '미워도 다시 한번'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국내시장의 경쟁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콘솔·PC에 대한 시도가 많아지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지난 수년간 국내 게임산업은 모바일 플랫폼과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해왔다. 짧은 개발 주기와 빠른 매출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수익 모델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과도한 과금 구조에 대한 이용자 피로감이 누적되고 규제 논의가 이어지면서 기존 BM의 한계가 점차 드러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게임성보다 과금 구조가 먼저 부각되며 브랜드 이미지가 약화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주요 게임사들은 2026년을 기점으로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다. 대신 콘솔과 PC를 중심으로 한 패키지형 신작을 전면에 배치하며 완성도와 콘텐츠 밀도를 경쟁의 핵심 요소로 삼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출시 이후 장기간 서비스와 확장 가능한 IP 구축을 염두에 둔 접근이다.

넥슨과 펄어비스 등 대형 게임사들은 글로벌 콘솔 시장을 겨냥한 대작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단기간 성과보다는 장기 흥행과 브랜드 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래픽·연출·스토리 등 전통적인 게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모바일 게임과 달리 개발 기간이 길고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출시 시점의 완성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게임업계 전반에서도 개발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과금 요소를 중심에 두기보다는 플레이 경험 자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획 단계부터 접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임을 오래 즐길 수 있는 구조, 반복 플레이에도 피로도가 낮은 설계, 이용자 선택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등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과금 위주의 'P2W' 논란에서 벗어나 'Play to Fun' 중심의 콘텐츠 경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들어 뉴미디어의 여론이 실제 게임 성과에 끼치는 영향도가 높아졌다"며 "게임 운영에서 생기는 문제점들은 과거보다 더 빠르게 전파되고 확대되어 더 이상 유저 적대적 운영은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을 둘러싼 변수 역시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판호 발급 재개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보다 콘솔·PC 기반 타이틀을 앞세운 재공략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과금 구조에 대한 규제 부담이 적고, 콘텐츠 완성도가 중요한 시장 특성이 반영된 판단이다. 동시에 중국 외 북미·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글로벌 공통 기준의 게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 전환은 단기 실적 측면에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콘솔·패키지 게임은 출시 전까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이고 흥행 여부에 따라 성과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모바일 게임 중심의 안정적인 매출 구조에 익숙한 기업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 연구원은 "(국내) 게임산업이 최근 들어 부침에 빠진 것은 아니며 체질이 글로벌 지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국내게임사들은 생존을 위해 PC·콘솔 장르와 글로벌 시장 타겟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