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한석진의 법과 철근] 수주 늘린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왜 신뢰는 회복하지 못했나

한석진 기자 2025-11-13 09:57:37
한석진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취임 1년을 맞았다. 이 기간 현대건설의 외형은 분명히 커졌다. 2025년 현대건설은 도시정비 사업에서만 8조6000억원의 수주 실적을 올리며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연말 남은 장위15구역까지 확보할 경우 업계 최초로 도시정비 수주 10조원 돌파도 가능하다. 해외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핀란드 포툼과 신규 원전 사전업무착수계약(EWA)을 체결했고, 미국 원전 해체 시장 참여 의지를 공식화했다. 도시정비와 원전이라는 두 축에서 외형 성장의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외형이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 최근 오산세마 현대프리미어캠퍼스에서 벌어진 사태는 현대건설이 이 중요한 자산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양 당시 “분양대금의 70~80퍼센트를 대출해 주겠다”는 홍보에 기대어 계약한 수분양자들은 실제 금융권이 실행한 대출이 감정가 기준 50퍼센트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잔금 마련이 막혀 등기와 입주가 줄줄이 지연되고,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까지 열렸다.

 

현대건설은 대출을 주관하지 않는 시공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상담 과정에서 대출·자금계획 안내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종 판단은 금융기관 몫”이라는 설명을 반복했다. 절차적 책임의 범위를 좁히려는 태도다. 그러나 분양 안내는 계약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기업이 만든 기대에 대해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는 시장의 상식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현대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된다. 홍보 단계에서는 적극적이고, 약속 이행 단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책임은 시행사·금융기관·지자체 사이에서 모호해지며 시공사는 한 발 물러선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신뢰 붕괴는 바로 이런 순간에 발생한다. 브랜드의 크기와 기술력은 갈등의 순간에 드러나는 기업의 태도를 이기지 못한다.
 

정치권의 의심도 누적되고 있다. 이한우 대표는 대통령 관저 공사비 대납 의혹으로 국정감사장에서 여야의 질타를 받았다. 회사는 부인했지만 “내부 감찰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나올 만큼 신뢰의 균열은 이미 진행형이다. 기업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으로 올라오는 것은 대부분 신뢰가 약해졌을 때다.
 

재무 성과도 외형 확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342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회사가 제시한 연간 목표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외형은 커졌지만 이익은 정체된 구조다.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지면 분양·프로젝트 리스크가 커지고 결국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에 타격을 주는 전형적인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한우 대표의 두 번째 해는 외형이 아니라 신뢰를 복원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 기업의 성장은 수주 규모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능력 위에 세워져야 한다. 도시정비든 원전이든, 결국 시장은 ‘약속 이후의 현대건설’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지금 현대건설이 잃고 있는 것은 단순한 이해관계자 몇 명의 불만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장의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