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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2025 건전증시 포럼 개최'…건전한 증시 위한 AI 거버넌스 논의

정세은 기자 2025-11-04 17:04:31
"데이터 접근과 품질 관리 선행돼야"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 해결 시급"
2025 건전증시포럼에 앞서 주요 참석 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자본시장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확대되면서 기존 감시 체계만으로는 불공정거래 청산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시장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2025 건전증시포럼’을 열고 AI 시대 자본시장 질서 확립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홍식 한국거래소 시장 감시 위원장, 이승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겸 합동 대응 단장, 박진성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제2차장 관계기관 인사가 참석했다.

김홍식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인사말에서 "AI 기술은 그동안 우리 자본 시장에서 가능성과 기회라는 긍정적 관점에서 주로 논의돼 왔다"며 "AI 활용이 더욱 폭넓고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그 이면의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될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나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대응 체계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박민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공정성이 결여된 성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투자자의 신뢰야말로 자본시장 성장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며 "신뢰는 제도나 정책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 모두의 의식과 행태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금감원·거래소가 함께 참여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설치해 불공정거래를 신속히 포착·제재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시장 감시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제 발표에서는 AI가 자본시장에 가져올 변화와 파급력, 리스크 요인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첫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AI는 결국 데이터가 기반이 되는 기술"이라며 "AI 모델의 성능보다 중요한 건 데이터 접근 체계와 품질 관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AI를 시장 감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KRX 등 공공기관의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주제 발표를 맡은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자산운용과 트레이딩 관점에서 AI 활용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한국은 거래 효율성 부족으로 매년 약 5000억원을 해외 투자자에게 비용 형태로 내주고 있다"며 "AI 기반 시장 구조 분석과 트레이딩 전략 개발이 지연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기술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데이터 독점과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정한 경쟁 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5년부터 불공정거래 대응과 투자자 보호 등 자본시장 주요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매년 건전증시포럼을 개최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