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증권사 종가 왜곡 '경고등'…규제 강화에도 위반 지속

정세은 기자 2025-10-22 06:08:00
미래에셋·하나·메릴린치…종가집중매매 제재 한국거래소, 지난 2023년 6월 '종가집중매매' 유형 신설 모니터링 강화 이후 '회원 제재금' 조치 최초
각 증권사 CI [사진= 각 사]
[이코노믹데일리] 한국거래소의 '종가집중매매' 감시 강화에도 불구하고 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종가 왜곡 행위로 제재를 받았다. 거래소가 종가집중매매 감시 기준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증권사들의 종가 왜곡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하나증권·메릴린치 인터내셔날 엘엘씨 증권 서울지점 등 3개사는 지난 16일 열린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제 12차 회의에서 종가집중매매 관련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시장감시위원회는 해당 증권사들이 종가 단일가 시간대에 개별 종목을 과도하게 매매해 종가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에는 '회원 제재금'이, 하나증권과 메릴린치증권에는 '회원 경고' 조치가 각각 내려졌다. 아울러 각 사 임직원 2명씩에게는 자율조치가 부과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3년 6월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해 종가집중매매 유형을 신설하고 시장 참여자에게 모니터링 기준을 공개해 종가 시세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모니터링 조치를 강화했다.

종가집중매매란 장 종료 시 가격 결정 시간대에 특정 종목이 시장수급 상황 대비 과도하게 거래돼 종가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강화된 모니터링에도 불구하고 종가집중매매 제재조치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해당 규정이 신설된 2023년 6월 이후 이번 건을 포함해 총 5건의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증권사들의 종가집중매매 행위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규정 제4조(공정거래질서 저해행위의 금지)에 명확히 어긋난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증권사들의 종가집중매매가 시장감시규정 제4조 제1항인 '특정 시세의 형성에 관여하는 호가를 계속적으로 또는 순차적으로 제출하여 시세의 상승·하락 또는 고정·안정을 초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나아가 포괄적인 관점에서는 특정 종목의 시장수급상황에 비추어 과도하게 거래하는 행위(제4항)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감시규정 제22조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규정 위반 회원사에 대해 △주의 △경고 △1000만원~10억 제재금 부과 △회원자격 정지 등의 제재를 내릴 수 있다. 

다만 해당 규정에 대한 명확한 제재 기준은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게 거래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재 기준이 외부에 노출되면 새로운 위반 사례가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미래에셋증권이 하나·메릴린치증권보다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받은 점이 주목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종가집중매매 규정 도입 이후 '제재금 부과' 조치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번 제재에 대해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현 한국거래소 감리2팀 팀장은 종가집중매매로 인한 투자자 피해 가능성에 대해 "종가집중매매를 하게 되면 콜옵션 만기일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날에 가격 변동성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어 이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종가는 다음날 시가에도 관여하는 영역이라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향후 재발 방지책과 관련해서는 "종가집중매매 관련 기준은 이미 공개돼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해당 기준에 따라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면 된다"며 "기준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충실히 적용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