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수도권 일대 KT 가입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유령 소액결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차량에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를 싣고 다니며 이동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가짜 기지국’을 이용한 신종 사이버 범죄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7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중국 국적의 남성 A(48)씨와 B(44)씨를 각각 체포 및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으로 지목된 A씨는 지난 8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불법 소형 기지국(펨토셀) 장비를 승합차에 싣고 수도권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며 인근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 통신을 가로채 소액결제를 감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검거된 B씨는 이렇게 탈취한 모바일 상품권 등을 현금화하는 역할을 맡은 혐의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이동통신망의 허점을 노린 치밀하고 대담한 방식이었다. 차량을 이용해 특정 지역에 머무르며 불법 기지국 신호를 발산, 범위 내에 있는 이용자들의 통신을 장악한 뒤 ARS 인증 정보 등을 탈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피해가 경기 광명, 서울 금천, 부천 등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경찰은 지난 9월 16일 오후 2시경, 범행 후 중국으로 출국했던 A씨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다시 입국하는 것을 포착하고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어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에서 공범 B씨를 긴급체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용의자 검거는 지난 9월 8일, KT가 이번 사태를 사이버 침해 사고로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에 공식 신고하고, 다음 날인 9월 9일 정부가 민관 합동 조사단을 꾸려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지 약 일주일 만에 나온 성과다.
경찰은 현재 이들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수법, 추가 공범 여부 그리고 탈취한 개인정보의 규모와 종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KT가 지난 9월 11일 공식 인정한 5561명의 IMSI(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 유출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여부도 이번 수사를 통해 밝혀질 핵심적인 부분이다.
용의자들이 검거되면서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국가 기간 통신망이 ‘움직이는 가짜 기지국’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통신 보안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불안감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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