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 시대의 개인정보보호 글로벌 표준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회의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가 16일 서울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95개국 1000여 명의 전문가가 모인 이번 총회에서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AI 기술의 혜택 이면에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을 경고하며 국경을 넘는 ‘국제 공조’와 ‘협력’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총회는 ‘AI 시대 개인정보 이슈’를 주제로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전 세계 95개국 148개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참여하며 아시아에서 국가 단위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학수 위원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AI 시대의 명암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AI가 미래 먹거리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이지만 그 이면에는 데이터 오남용과 개인정보 침해 등 위협 요인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의 무분별한 활용은 기술에 대한 국민 신뢰뿐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사회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개별 국가 차원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AI 시대의 도전 과제와 한국의 역할을 제시했다. 고 위원장은 “혁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이면의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하고 최소화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특히 ‘에이전트 AI’의 등장이 가져올 새로운 리스크를 경고했다. 그는 “개인정보가 여러 단계 공유,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취약점과 이용자의 통제권 약화 등은 에이전트 AI 기술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이러한 초국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협력’이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그는 “국가 간 규범 격차, 제도적 역량 격차, 시민들의 신뢰 격차를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해소해 나가야 한다”며 “한국은 이번 서울 총회를 계기로 이러한 협력을 촉진하는 플랫폼이자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메신저 앱 ‘시그널’의 메러디스 휘태커 회장은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민감 정보에 광범위하게 접근하면서도 명시적 권한 없이 작동하도록 설계돼 프라이버시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앱별로 구체적이고 세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글로벌 AI 리더들의 기조연설과 함께 ‘글로벌 AI 데이터 거버넌스’, ‘아동·청소년 프라이버시’ 등 20여 개의 패널 토론이 이어진다. 지난 15일 사전 행사에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참여하는 ‘오픈소스 데이’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총회를 통해 AI 시대의 새로운 개인정보보호 규범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