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특검 칼끝 겨눈 서희건설… 지주택 성장 뒤에 쌓인 민원과 의혹

한석진 기자 2025-08-12 09:07:37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11일 김건희 여사 ‘나토 목걸이’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서희건설 본사와 임원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김 여사가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 순방 때 착용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서희건설 측 제공품일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를 통한 인사 청탁 여부가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맏사위 박성근 전 검사가 순방 직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경위도 들여다보고 있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임원 횡령·배임 혐의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서희건설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서희건설 측 답변 기한은 오늘(12일) 오후 6시다.

 

서희건설은 최근 시공능력평가에서 16위를 차지했다. 2020년 33위에서 불과 4년 만에 17계단 뛰었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 자격, 시공사 선정, 신용평가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업계는 이 같은 약진의 배경에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이 있다고 본다.
 

지주택 사업은 토지 확보와 조합원 모집 등 초기 위험을 조합이 부담한다. 건설사는 시공권 확보 이후에만 책임이 발생한다. 서희건설은 대형사들이 기피하는 이 틈새에 집중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의 5% 이상을 차지한 주요 계약 29건 중 20여 건이 지주택이었다. 광주용두2차(진행률 99.3%), 광주탄벌1·2블록(98.4%) 등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현장에선 피해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경기 A시의 한 조합원은 “착공 약속이 5년째 지켜지지 않았다”며 “조합비와 대출 이자만 수천만원이 나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시공권 확보 전까지 책임이 없다며 발을 빼면, 조합원만 파산 직전까지 몰린다”고 했다.
 

지주택은 소비자 보호 장치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6월 “전국 곳곳에 지주택 문제가 있다”며 “특정 건설사의 비중이 높아 실태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서희건설이 수익을 극대화한 모델이 서민 피해를 양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사법 인맥도 주목된다. 이 회장은 세 딸 모두 판·검사 출신 배우자와 혼인시켰다. 순환출자 구조의 지배망은 한일자산관리앤투자·유성티엔에스·서희건설을 연결한다. 가족이 지배하는 애플이앤씨도 주요 지분을 쥐고 있다. 서희건설은 고(故) 회장 부인의 추도식을 매년 회사 차원에서 열어 ‘폐쇄적 조직 문화’라는 평가도 받는다.
 

특검 수사가 사업 구조와 오너 리스크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서희건설의 ‘지주택 성장 신화’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지주택 모델의 근본적 위험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