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6000만원 목걸이, 단순 청탁 아니었다"… 서희건설, FED 사업 사수 위한 전략적 로비 정황

한석진 기자 2025-08-20 08:34:40
2016년 이후 미군 공병사업 수주 끊겨… 위기 돌파구로 정치권 접촉 시도 분석
김건희 여사를 태운 차량이 1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로 들어가고 있다. 이번 조사는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두 번째 소환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서희건설이 김건희 여사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당시 60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제공한 행위는 단순한 사위 인사 청탁이 아닌, 미군 공병단(FED) 발주 사업권 수호를 위한 전략적 로비였다는 정황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은 서희건설을 둘러싼 로비 정황에 주목하며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소환을 조율 중이다. 특검은 서희건설이 김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건넨 경위와 함께, 해당 로비가 기업 존립 기반인 FED 사업권 확보와 연관돼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FED(미 육군 극동공병단) 발주 사업은 주한미군 기지 내 병영, 관사, 의료시설, 활주로 등을 포함한 대규모 공공 인프라 사업으로 자격을 갖춘 일부 업체에만 문이 열려 있다. 서희건설은 2005년부터 FED 입찰 자격을 확보했고, 단순 시공을 넘어 자체 법인을 설립해 장교 숙소, 기숙사 등 장기 운영권까지 따내며 미군 사업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신규 수주가 끊기며 상황이 달라졌다. 2011~2015년 입찰 담합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고, 2015년 평택 K-6 기지 차량 정비 시설 공사에서는 하청업체 대표의 분신 시도까지 벌어지며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이후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물량을 따내며 서희건설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이런 가운데 이봉관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점에 김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건넨 행위는, 단순한 민원 차원이 아니라 FED 사업권 회복을 위한 전략적 외곽 로비였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주한미군 기지 현대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향후 FED 발주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서희건설의 이해관계와 맞물린다.
 

서희건설은 실제로 군 관련 네트워크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2015년 지뢰 제거사업 전담팀을 꾸리고 공병 출신 인력을 확보했으며, 2017년에는 육사 출신 3선 의원인 오한구 전 의원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군 기반 공사에 집중해온 서희건설 입장에서는 FED 사업에서 밀려난 이후 군 인맥을 통한 반전 기회를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김 여사 연루 의혹과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이 전성배 씨 자택에서 확보한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검찰은 전 씨 은신처에서 확보한 1억6500만 원 상당의 현금 뭉치 중, 출처를 추정할 수 있는 띠지와 스티커 일부를 유실한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