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전 부위원장이 사퇴하며 방통위가 처한 위기의 원인으로 ‘가혹한 정치 현실’을 지목했다. 그의 사퇴로 방통위는 위원장 1인 체제라는 초유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기능 마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면직 처리 다음 날인 2일 방통위 직원들에게 보낸 작별 인사에서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그는 "방통위가 맞닥뜨린 불행한 현실이 꼭 법률이나 그 법률에 기초해 마련된 제도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현행 제도는 오랜 기간 잘 작동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방통위가 작금의 안타까운 현실을 겪고 있는 데는 우리 정치의 현실이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고 토로했다. 기관의 위기를 제도적 결함이 아닌 정치적 소용돌이 탓으로 돌린 것이다.
판사 출신인 그는 방통위 재임 기간을 "20여 년의 공직 생활 중 가장 불같이 보낸 시기"라고 회고했다. 법관으로 일하던 시절의 평온함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큰 특혜였음을 방통위에서 일하며 깨달았다고도 했다. 이는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정치적 대립의 최전선에서 얼마나 극심한 파행을 겪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 전 부위원장은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 심판으로 직무 정지됐던 기간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그의 퇴장으로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단 한 명만 남게 됐다.
김 전 부위원장이 떠나며 언급한 방송 3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합의제 기구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방통위의 파행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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