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데스크 칼럼] "1등의 관리는 다르다"…코웨이의 남다른 고객정보관리

박명섭 부장 2025-05-15 06:50:00
코웨이, '동명이인' 오류사고 재발…말 뿐인 시스템 개선 약속
박명섭 생활경제부장
[이코노믹데일리]  "1등의 관리는 다르다." 

국내 가전 렌탈 시장 1위 기업 코웨이의 TV광고에서 모델이 '남다른 관리'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제품의 사후 관리를 잘 한다는 걸 강조하는 의미일 것이다.
 
가전 렌탈이 주요 사업인 '1등' 기업 코웨이에게 제품의 남다른 사후 관리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남다른 고객정보관리 또한 중요할 텐데 이 부분 만큼은 '남다른 허술함'을 보여 심히 우려된다. 

코웨이는 수년 전 발생한 황당한 '동명이인(同名異人)' 채권추심 사고에 이어 최근 출금오류 사고까지 발생했다. 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 독자들께 본인의 계좌에서 인출되는 렌탈요금이 정상적으로 나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길 권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코웨이 정수기를 사용 중인  A씨는 1년 넘게 동명이인의 정수기 렌탈 요금이 자신의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는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해킹' 또는 '명의도용' 사건인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객센터에 문의했고, 코웨이 상담원은 '전산 시스템 오류'라는 해명과 함께 잘못 인출된 금액을 환불조치 했다. 

이 건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코웨이 측은  '단순한 전산 오류이며, 고객과 원만히 해결된 사안'이란 답변을 내놨다. 피해 고객은 이 같은 답변을 전하자 “환불은 당연한 것”이라며 “정신적, 시간적 피해 보상이나 그에 대한 말 한마디 없었으면서 '환불해 줬다'는 답변이 아니라 ‘원만히 해결됐다’고 답변했다니 기가 막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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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동명이인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년 전 부산의 B 씨는 난데없는 '비데 요금 연체'로 코웨이가 채권추심을 진행해 졸지에 채무자가 돼 모욕적인 언사와 신용불량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본인과 이름, 생년월일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전화번호와 주소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채권 추심을 진행한 코웨이의 안일함은 고객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

당시 KBS의 취재가 시작되자 코웨이는 부랴부랴 사과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A씨의 사건으로 개선 약속은 말뿐이었음이 드러났다. 

쓰지도 않은 비데 요금 때문에 채권 추심 최고장을 받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계좌에서 1년 넘게 돈이 빠져나간 고객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과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단순한 전산 오류로 치부하기엔 고객이 입는 피해가 너무나 크다.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 관리 부실이며, 회사를 신뢰하는 고객에 대한 배신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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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업계 1위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기본적인 고객 관리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개선하겠다"는 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코웨이의 안일한 태도다. 수년 전 채권추심 사고가 있었을 때 약속대로 완벽하게 시스템 개선 조치를 했더라면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웨이는 고객 정보를 다루는 기업이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더라도 주소나 연락처 등 추가 정보를 통해 충분히 구별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사고가 재발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설득이 안된다. 황당한 사고에 근본적인 개선조치 없이 방치해 오다 사고가 재발하자 말 뿐인 사과와 환불, 시스템 개선 약속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지금 코웨이에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시스템 점검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전사적인 인식 개선, 그리고 직접피해액 환불 외에 간접적인 손해까지도 포함한 실질적인 피해 보상 방안 마련이다. 단순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은 실력이자 시스템의 문제다. 언제까지 고객들이 기업의 허술함으로 인해 '을'의 처지에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코웨이는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그 이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고객의 신뢰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룰루비데만 더블케어(Double Care) 할 것이 아니라, 고객관리시스템도 더블케어 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