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하면서 취재진이 자동차 관세 도입 일정을 묻자 "아마도 4월 2일께"라고 답했다. 이에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한 미국 현지 공장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처음 미국 시장에 관심을 보인 건 2000년이다. 2000년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다.
외환위기 직후 달러에 대한 원화약세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진출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에 1998년 9만대이던 현대차 미국 수출은 1999년 16만5000대로 급격히 성장했다.
더군다나 1998년 말 인수한 기아의 성장도 뚜렷했다. 기아는 1998년 10만6000대를 판매했고 이는 1999년 14만대로 증가했다.
정몽구 전 회장은 빠른 성장세에 한국차 수입제한, 한국시장 개방 등 통상압력을 우려했다. 아울러 1980년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미국 진출 사례를 벤치마킹해 미국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980년대 시작된 일본 기업의 미 직접투자를 보고 현대차도 진출했다"며 "현지 공장은 현지 재투자와 고용증대 등 명분을 만들 수 있어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2001년 본격적으로 미국 진출에 속도를 올렸다. 공장 입지 선정과 설립 업무를 추진할 태스크포스(TF) 'V프로젝트팀'을 만들면서다.
입지 선정부터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켄터키와 앨라배마 두 곳이 최종 후보지로 압축됐고, 두 지역의 주지사들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현대차그룹을 유혹했다. 켄터키 주의 경우, 1억2300만 달러(1771억6920만원)의 지원을 제시했다. 앨라배마는 1억9000만 달러에 20년간 법인세와 10년간 재산세를 받지 않겠다는 파격 제안을 걸어 최종 승리자가 됐다.
앨라배마 공장은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파고를 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구자영 현대차 IR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진행된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보편관세에 대한 질문에 "미국 앨라배마에서도 약 40만대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앨라배마 공장은 미국 현지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했다"며 "선견지명은 아닐 수 있지만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 보편관세 정책에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앨라배마 공장은 2005년 5월에 준공돼 양산을 시작했으며, 북미 자동차 생산 조사에서 6년 연속 최우수 공장, 5년 연속 엔진·조립 최우수 공장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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