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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2차 제재심마저 '안갯속'…금융당국 '장고' 길어지나

선재관 기자 2025-02-06 11:29:16
두 번째 심의도 결론 '보류'…FIU, 추가 심의 시사하며 '장기전' 돌입하나 업비트 '고객확인 부실' 쟁점 여전…업계 "예상 밖 장기화" 당혹 업비트 '운명의 시간' 속 깊어지는 시장 불안 '과징금' 전망 속 '영업 일부 정지' 가능성도
업비트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제재 수위를 결정할 금융당국의 고심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5일 업비트에 대한 두 번째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개최했지만 또다시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심의를 보류하며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업비트의 ‘고객확인제도(KYC) 부실 운영’에 대한 금융당국의 심층적인 검토가 이어지면서 당초 업계의 ‘경징계’ 전망은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FIU는 전날 열린 2차 제재심에서 업비트 측의 소명을 추가로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했으나 제재 수위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FIU는 빠른 시일 내에 제재심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두 차례의 심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업비트 제재 건은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FIU는 업비트의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심사 과정에서 고객확인 의무 이행에 미흡한 점을 다수 발견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달 15일 열린 1차 제재심에서는 ‘신규 고객의 거래소 외부 가상자산 전송 제한’이라는 중징계 사전 통지안이 논의되면서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긴장감이 고조된 바 있다. 

당시 업비트 측은 FIU의 중징계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며 적극적인 소명에 나섰고 2차 제재심에서는 1차 심의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자료 제출과 상세한 설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FIU는 업비트의 소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객확인 부실 운영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객확인제도(KYC)는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를 위한 핵심적인 안전장치로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KYC 운영 실태를 엄격하게 관리 감독하고 있다. 특히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대형 거래소’인 만큼 금융당국은 업비트의 KYC 부실 운영이 시장 전반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파급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당초 가상자산 업계는 업비트가 과거 코인 거래소 한빗코 사례를 참고하여 ‘범칙금 납부’ 수준의 경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한빗코는 과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등으로 FIU로부터 원화 거래소 전환 불허 및 20억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며 FIU의 처분이 무효화된 전례가 있다. 

또한 업계 내부에서는 FIU가 지적한 업비트의 KYC 문제점이 “흐릿하게 촬영된 신분증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사례” 등 비교적 경미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실제로 전날까지도 업계 관계자들은 “업비트가 2차 제재심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했기 때문에 과징금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2차 제재심마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업계의 ‘경징계’ 기대감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FIU가 업비트에 대해 ‘영업 일부 정지’와 같은 보다 강력한 제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만약 업비트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될 경우 거래소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수많은 이용자들의 자산 동결 및 투자 심리 위축 등 시장 전반에 걸쳐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업비트 제재심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점차 고조되는 추세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업비트 제재 수위와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업비트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FIU의 최종 결정이 늦어질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두 차례의 심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결국 업비트 제재 수위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 강도를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 것인지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