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비상계엄'에 '비상' 걸린 기업들··· 재계, 긴급회의 소집

임효진·박연수 기자 2024-12-04 13:14:29
삼성 LG 등 주요기업, 계열사별·사업별 대책회의 진행 환율 민감한 항공업계, 항공기 리스비에 기름값까지    미국·영국·일본 등 '여행위험국가' 지정··· 여행업계 걱정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전역엔 관련 소식을 담은 호외가 배포됐다. 서울 종로구 인근 기업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지하철 1호선 종각역 근처에 배치된 호외를 들고 가고 있다. [사진=김지영 수습기자]
[이코노믹데일리] '6시간 비상계엄'에 한국경제는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내수부진, 투자환경 악화를 이유로 국내외 경제 단체들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상황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걱정하던 우리 기업에 '비상계엄'이라는 추가 할인부담까지 더해져서다. 

기업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밤새 환율 변동, 해외 투자 유치 등 변화할 시장에 '예의 주시'했다. 6시간 뒤인 4일 새벽 윤 대통령이 국회가 요구한 비상계엄 해제를 수용하자 국내 기업들은 안도와 함께 예측 불가능한 후폭풍 등을 고려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비상계엄 직후 안덕근 장관 주재로 긴급 간부 회의를 열고 실물 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대책회의 나선 기업들

삼성전자는 각 사업별로 대책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한국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국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비상계엄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해외 바이어나 투자자들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LG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등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HD현대는 이날 오전 7시 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상황을 집중 점검한 뒤 계열사별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HD현대 권오갑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 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줄 것”을 주문했다. 

포스코홀딩스도 관련 부서에서 금융시장 동향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전역엔 관련 소식을 담은 호외가 배포됐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근처에 배치된 호외 [사진=김지영 수습기자]
◆산업계마다 정도 다른 우려

환율과 유가에 민감한 항공업계의 긴장감은 다른 산업계보다 높다. 항공기 리스비나 유류비 등 고정 비용이 상당 부문 차지하는 만큼 환율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3일 야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3.3원 급등한 1425.0원으로 2009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급등했고 새벽 한때 40원 넘게 올라 1446.5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여행위험국가 지정은 여행업계에 새로운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는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비상계엄과 함께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영국 외무부는 "현지 당국 조언을 따르고 정치 시위를 피하라"며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주한 영국대사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 공지를 주시해 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상시 24시간 오퍼레이션 체체를 운영 중이며 실시간 상황에 따라 비상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건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는 없지만 환율 변동 등에 대해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외신뢰도 하락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산업은 단기변동성이 큰 산업은 아니리 큰 영향은 없어 보이지만, 대외신뢰도 하락이  투자 축소 등 문제로 이어질 경우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직후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조선업을 언급한 만큼 비상계엄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이 국내 조선사들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고 사실상 한국이 유일한 대안이라 조선사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도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업황에 미칠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장들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업계에 미칠 영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