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11월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1.4%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세가 4개월 연속 둔화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는 여전히 한국 수출의 핵심 동력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역대 11월 수출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한국 수출을 강하게 이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11월 수출액은 563억5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1.4% 증가했다. 이는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수출 성과로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2%를 차지하며 한국 수출을 주도했다. 특히 반도체는 11월 125억 달러를 수출하며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수치다.
반도체 외에도 선박, 바이오헬스, 철강 등 5개 주요 품목은 수출이 증가했으나 다른 품목들의 수출은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자동차와 전기차 수출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자동차는 56억 달러로 작년보다 13.6% 감소했고 전기차 수출은 51.6% 감소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1월 초 주요 자동차 부품 업체의 파업과 기상 악화로 인해 수출이 지연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50.2%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11월 수출 증가율이 1.4%로 크게 둔화된 것은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수출 반등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올해 수출 증가율이 낮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수출 증가율 둔화와 함께 대미, 대중 수출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은 104억 달러로 작년보다 5.1% 감소하면서 15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이 끊어졌다. 대중 수출도 113억 달러로 0.6% 감소했으며 이는 9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대중 수출 감소는 중국 경제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미 수출 감소는 자동차, 일반기계 등의 수출 둔화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11월 수출 증가율 둔화와 대미, 대중 수출의 감소는 한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수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통상정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미 수출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말까지 한국 수출의 우상향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조익노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11월 수출이 기저효과와 자동차 업계 파업, 기상 악화 등으로 증가율이 둔화되었지만 14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이라는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연말까지 수출이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우리 수출은 글로벌 AI 투자가 이어지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의 자급률·기술경쟁력 제고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맞물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또한 수출 물량 감소를 고려하여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수출 증가율 둔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중 수출의 경우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수출 감소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수출은 여전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강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대미와 대중 수출의 둔화는 향후 한국 경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경제 둔화 등 외부 요인들이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새로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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