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조선업 긴밀한 협력" 트럼프 얘기에… 우리나라 조선업계 '수혜'

임효진 기자 2024-11-08 15:58:02
트럼프 "미국 조선업 한국 도움 필요"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 해군 열위 한화오션 함정 MRO 사업 진출 속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이코노믹데일리] 미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미 협력 분야로 조선업을 직접 언급한 뒤 국내 조선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운반선 건조 등 상업 부문 뿐 아니라 미 함정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면서 수혜 업종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선박 수출 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조선업을 언급한 데는 현재 미국이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에서 밀리면서 조선업 분야의 압박을 받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6월 공개한 ‘초국가적 위협 프로젝트’ 보고서에서 중국이 운영하는 전함이 234척으로 미 해군 219척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한국 같은 동맹이 중국의 수적 우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국내 조선사 중 함정 사업을 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주가는 시장 기대감이 반영돼 각각 15%, 21%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도 국내 조선업계가 미 함정 MRO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미국이 국내 조선사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조선업계의 장기적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해군을 뒷받침하려면 화물 수송선도 필요한데 현재 미국의 조선소들은 선박을 공급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내에서도 우방국과 협력을 하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체들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한화오션이다. 지난 7월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고 한 달 만인 8월 국내 최초로 미 함정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이달 중 미 필리조선소 인수가 완료되면 미국 내 함정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난 8월 미 해군이 발주하는 함정 MRO 사업을 최초 수주하며 첫 거래를 했다"면서 "현재 후속 MRO건도 협의 중이다. 면밀한 사업성 검토 통해 향후 미국 MRO 물량을 적극 수주하고 수익성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보다 열흘 앞선 같은 달 MSRA를 체결한 뒤 현재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정중동'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한국 조선소 도움이 필요하다는 동의가 이미 이뤄져 있어 미국 조선소 인수가 아니어도 다방면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