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부진에 시름하는 배터리업계···업황 '반등 신호' 솔솔

유환 기자 2024-10-16 19:49:00
배터리 원자재 가격 하락 중저가 신형 전기차 출시 미국 대선 영향도 제한적
대전 유성구 LG에너지솔루션 기술연구원에 설치된 전기차 플랫폼 조형물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코노믹데일리] 침체를 겪고 있는 배터리 업계에서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이 바닥을 찍었다는 관측과 함께 이르면 내년 초부터 반등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오는 28일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실적 설명회를 시작으로 삼성SDI와 SK온이 각각 30일, 다음달 4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배터리 3사가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지난 8일 3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대비 매출 16.4%, 영업이익 38.7%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KB증권은 지난 7일 삼성SDI가 3분기에 지난해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5.4%, 74.0% 감소할 것으로 봤다. SK온도 전 분기에 이어 적자를 이어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불황이 길어지고 있지만 배터리 업계에선 오히려 반등을 위한 신호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리튬, 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며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계산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 2022년 ㎏당 579위안(약 11만560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70~80위안(약 1만3370원~1만5280원)에 거래 중이다. 최고치 대비 87.9% 낮아진 수치다. 니켈도 2022년 고점 대비 60%가량 내려온 가격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저가형 신형 전기차 출시 계획도 기대감을 올리는 요인이다. 현대자동차 캐스퍼 전기차 버전과 기아 EV5 등 중저가형 전기차 라인이 올해 안으로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며,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 등 세계적 자동차 업체들도 중저가 전기차 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저가형 전기차가 3만 달러(약 4000만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박리다매를 통한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될 걸로 보인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전기차에 부정적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제한적일 거라는 예측도 있다.

우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기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이어갈 확률이 높다. 반대 진영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트럼프 후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후원을 받고 있다.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 대표의 지원을 받는 만큼, 전기차 시장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빨리 반등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와 10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렸다. 금액으로 치면 약 13조원에 이를 걸로 추정된다. 지난 8일 메르세데스-벤츠와 50.5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추가 계약이다.

삼성SDI와 SK온은 경영효율화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10일 비주력 사업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 편광판 사업을 중국에 매각했으며, SK온은 지난달 26일부터 창사 후 첫 희망퇴직에 들어가며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배터리 업황에 대한 부정적 시각보단 긍정적 시각이 많아졌다"며 "장기적 추세에선 실적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