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한證 1300억 LP 운용 손실에 공매도 의혹 부활…"위험 관리 체계 작동 안돼"

김광미 기자 2024-10-14 18:19:41
운용서 수익 목적 선물 매매…스왑 허위 등록도 금감원, 이날부터 검사반 파견, 현장 검사 돌입 박순혁 "선물 기존 시스템서 불가능…검찰 나서야"
신한투자증권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TP타워(옛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서울회관) 전경 [사진=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믹데일리] 신한투자증권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선물매매와 관련해 1300억원 대규모 운용 손실이 발생하면서 LP(유동성공급자) 불법 공매도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위험 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론까지 거론된다. 

14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 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장내 선물 매매 및 청산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0일 ETF LP 운용 과정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진행해 과대 손실이 나타났다고 공시했다. 해당 매매를 스왑거래(미래 시점을 특정해 금융 자산이나 상품을 교환하는 행위)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한 정황도 발견됐다. 

LP의 경우 ETF 거래 시 매수와 매도 사이 공백이 발생할 경우 호가를 제시해 이를 메꿔주는, 즉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선물 매매를 하다 대량 손실이 일어난 것이다.

손실 금액은 1300억원으로 추정한다. 손실 금액은 회계에 반영될 예정으로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증가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신한투자증권의 운용 손실에 대해 엄정 조치를 예고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간부간담회에서 "금융감독원으로 하여금 이번 사고를 철저히 검사·조사토록 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이날부터 검사반을 파견해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필요시 법적 조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시장에서는 해당 증권사 ETF LP 담당 부서가 시장 교란이나 불법 매매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에서 신한투자증권의 불법 공매도 의혹이 거론된 바 있다. 

'배터리 아저씨'로도 불리는 박순혁 작가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대규모 운용 손실을 회사 차원에서 석달 동안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유동성 공급 부서가 선물 매매를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으로 기존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비난했다. 

박 작가는 "여태껏 제기해 온 신한투자증권 불법 공매도 문제가 이번에도 발생했다"며 "업무에서 할 수 없는 부분까지 관여했기 때문에 검찰과 금감원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회사 자체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행해진 일탈 행위"라며 "단발성이 아닌, 이전에도 유사한 거래에 의한 조직적 또는 암묵적 동의에 의한 불법이 횡행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봤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LP는 기본적으로 위험에 일정 부분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를 완화하기 위해 기초 자산에 대한 반대 포지션을 가지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현물시장에 대한 포지션을 가질 수도 있지만, ETF의 종류 등에 따라 선물 포지션을 통한 위험 관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번 사고는)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닌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에 베팅을 하는 투기적 포지션을 잡은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아마 손실을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허위거래를 통해 손실을 속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교수는 "이러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회사 내부의 위험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증권사 LP 인센티브 구조를 보면 이익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어 투기적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내부 통제에 대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