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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금융 부당 대출 지적하면서, 감독 실패엔 모르쇠 '이복현'

김광미 기자 2024-09-13 19:07:46
금융사고 파악 못한 금융감독원 책임 언급 없어 이 원장, 집값 개입 필요 발언에 가계대출 폭증
금융증권부 김광미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지난 8월 20일, 금융감독원 임원회의)."
"제때 보고가 안 된 것들은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지금 책임져야 되지 않을까(지난 8월 25일, KBS1 방송 '일요진단 라이브')."


위와 같은 발언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과 관련해 쏟아낸 말이다. 대체 금융감독원의 칼 끝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발단은 지난 8월 금감원이 현장검사 결과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 총 42건 616억원 대출을 해줬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중 350억원은 부적정 대출, 269억원은 부실·연체 대출로 드러났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그룹의 신뢰성까지 운운하며 대표 사퇴까지 압박하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간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계좌추적권·검사권이 있음에도 막지 못한 금감원의 책임도 있다. 이 원장이 현 우리금융 경영진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지난 2022년 취임한 이 원장 재임 당시 일어난 일이므로 금감원이 놓친 부분이 있는 지부터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또 최근 가계 부채를 증가시킨 주범이 이 원장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한 TV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서는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며 당국의 개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후 은행들은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자체 금리를 20번 넘게 인상했다. 

그런데 이 원장은 지난 4일 "가계대출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며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이 원장의 발언으로 대출 막차 수요를 자극하면서 결국 가계 대출이 폭증했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9조6259억원 증가했다. 

대출 규제 논란이 오락가락 이어지자 급기야 이 원장은 지난 1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직후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 사이에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좀 더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들이나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보시는 분들께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3장 제24조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사고 책임은 은행에 전가하면서 대출 금리에 관여하는 것이 금감원장의 역할이자 금감원의 설립 이유인지 묻고 싶다. 최근에 만난 금융업계 사람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장인지, 금융위원장인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