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행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태 관련해) 수사와 조사를 잘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임직원들이 성실하게 (수사 및 조사를) 잘 받고 있으니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때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행장이 해당 사태와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조 행장은 지난 2022년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 규모 횡령 사고 후 2년 만인 올해 6월 또다시 100억원 규모 횡령이 발생하면서 같은 달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우리은행을 사랑해 주시는 고객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이후 지난 7월 우리은행은 상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내부통제 업무를 책임지는 준법감시인을 전격 교체하면서 쇄신 의지를 보였다. 조 행장이 평소 강조해 온 '탁월한 성과에는 분명한 보상, 부진한 성과에는 단호한 책임'이라는 성과 중심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조 행장은 기존 행보와 다르게 이번 부당대출 관련해서는 조금 더 신중을 기했다. 금융당국이 고강도 검사 중인 데다, 차기 은행장 승계를 앞두고 본인 의중이 담긴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는 건 지양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의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현 경영진의 심각한 책임을 언급하고, 조직 대응책에 대해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금융 정기검사를 지주와 은행에서 전 계열사 대상으로 확대한 데다 시기도 앞당겼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을 현장 검사한 결과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 규모가 특혜성 부적정 대출이란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현 수장들의 책임론도 부각됐다. 이번 부당 대출은 임 회장과 조 행장 취임 후 발생한 건들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조 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했는데 해당 대출은 올해 초까지 이뤄졌다.
금융당국 조처에 따라 차기 은행장 승계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우리금융은 은행 고위 임원과 주요 계열사 CEO들을 행장 후보군으로 관리하고 있어 통상 계열사 CEO가 우리은행장으로 영전하는 사례가 많았다. 우리금융캐피탈 CEO를 역임했던 조 행장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연말 CEO 임기 만료를 앞둔 은행권은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내놓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하에 이달 말부터 승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모범관행에 따르면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승계 과정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부당대출 의혹에 연루된 손 전 회장의 처남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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