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청사진'없는 에너지 환경 정책] 한국 '그린철강' 미래 없다…포스코 등 해외 이전 우려

임효진 기자 2024-09-05 07:00:00
기후솔루션, 한국 수소환원제철 비용 가장 비싸 정부 지원금 269억원…인프라 마련 청산 없어 포스코, 그린스틸·그린수소 핵심 전략국은 호주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개발 센터 [사진=광양제철소]

[이코노믹데일리] 포스코는 지난 2021년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인 ‘HyIS 2021’을 한국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하이렉스(HyREX)’라는 기술을 글로벌 철강사들에 선보였다. 포스코 자체 기술로 만든 수소환원제철이었다. 당시 포스코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를 검증해 탄소중립 전환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이렉스는 기존에 사용하던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해 철광석에서 철을 만드는 방식인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그린철강'으로 불린다.

그러나 포스코 발표 후 3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국내에서 '그린철강'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비관적 전망만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기후솔루션이 지난 3일 발표한 ‘녹색 철강 경제학: 세계 그린 수소환원제철과 전통 제철의 경제성 비교’에선 국내 수소환원제철 비용이 주요 철강 생산국 중 가장 높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한국에선 수소환원제철로의 이행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이 나왔다.

수소환원제철 도입이 중요한 이유는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2026년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 시행에 대한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철강 부문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2026년 851억원 수준에서 2034년부터 5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 규제로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되는 이유는 현재 철을 만드는 '고로 공정' 방식 때문이다. 용광로에 석탄 등 화석연료와 철광석을 함께 넣고 열을 가해 고온에 연료가 타면 철광석과 산소가 분리되면서 일산화탄소 생성된다. 철을 생산하는 데 중요한 과정으로 철강업계에선 환원이라 부른다. 이후 1500℃가 넘는 고온에서 산소와 분리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며 환경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수소환원제철은 용광로 대신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환원의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전기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철강을 만든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그린철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로 환원로와 전기로를 가동시킨다는 점이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게 기후솔루션의 설명이다.

철강업계도 그 동안 재생에너지 등 인프라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이미 주요 철강 생산국들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억 유로(약 3조원) 이상의 지원금과 보조금을 철강 업체들에 제공했고, 일본도 2030년까지 2345억엔(약 1조559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확정된 철강산업 탈탄소를 위한 지원금이 2685억원에 불과하다. 이 중 수소환원제철 설비 전환에 편성된 금액은 269억원이다. 

김다슬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은 “그린수소와 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생산량도 적고 단가도 2~4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 때문에 국내 철강사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10월 '서호주서 그린수소 사업개발 첫 발'이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호주는 포스코그룹의 2050 탄소중립 달성과 그린수소, 그린스틸 사업 추진을 위한 주요 핵심 전략 국가”라며 이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