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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의 뷰파인더] 최상목의 '부자 감세' 변론…74조 '재정 구멍' 무대책

성상영 기자 2024-07-27 07:00:00
25년 만의 상속세제 개편 놓고 엇갈린 반응 재계 '환영' 시민사회 '우려'…최상목은 '변론' 1~5월 관리재정 74조 '적자'…"감세 신중해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세제실장, 오른쪽은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나 취재 현장에서 보고 들은 시시콜콜한 얘깃거리를 들여다 본다.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제 손질에 나서자 재계와 시민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의 상속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며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재계가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면 시민단체는 '부자 감세'라 비판하며 세수 결손을 우려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2024 세법개정안'에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부과되는 최대주주 할증세율을 폐지하는 안도 포함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상속세제 개편을 염두에 두고 일관되게 주장한 건 "세수 결손이 예상되지만 부자 감세는 절대 아니다"라는 점이다.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지난 22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최 부총리는 "세수 결손은 경기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등락이 반복하고 있다"며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 효과를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세수가 녹록지 않은 상황은 2022년과 2023년 경기 둔화에 따른 결과물"이라며 "내년에는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올해보다는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최 부총리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는 똑같은 변론을 내놨다. 그는 "(상속세율 인하가)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뜻으로 이해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면서 "경제 활동을 위한 세제 지원, 민생 안정과 경제 활동 감세"라고 주장했다.

재계가 상속세율 인하에 '환영'의 뜻을 밝힌 이유는 명확하다. 상속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에 대한 최 부총리의 인식이 재계의 주장과 일맥상통해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세법개정안 발표 직후 논평을 통해 "상속세제 개편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킴으로써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협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상속세를 아꼈다면 반도체에 투자가 더 많이 됐을 거고, 고용과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면서 낙수효과 있었을 것"이라며 "귀착 효과를 봤을 때 (상속세 감세로 인해) 주주나 근로자에 돌아가는 혜택이 더 많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역시 "경제계가 지적한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세제의 불합리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 평가했다.

다만 재계가 그 동안 상속세 감세를 주장하며 내놓은 이유를 경제부총리가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내놨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효과만 부각시킬 뿐 그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없고 '희망사항'만 나열했다. 

현재 상속세제 개편으로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 부담을 떠안는 문제는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회보장기금을 제외하고 국가 세입·세출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약 87조원 적자였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 누계 기준으로 이미 적자가 74조원을 넘어섰다.

기재부는 상속세제 개편으로 상속세 수입이 연간 4조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감세로 경제 활력이 살아나고 세수가 증가하면 회복이 가능한 규모라는 게 기재부와 재계의 생각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와 재계는 '경제의 역동성'이나 '활력'을 언급하면서도 세수를 어떻게 확충할지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시민단체는 이러한 기재부의 판단이 너무 안일한 게 아니냐며 공세에 나섰다.

참여연대는 25일 논평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준다고 기업 경쟁력 제고와 경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했다"며 "일부 계층 감세를 통한 민생 경제 회복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슈퍼 리치로 분류되는 500억원 초과 구간(37명)에 부과된 결정세액이 지난해 상속세 총 결정세액 중 차지하는 비중이 28.2%"라며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지속된 부자 감세는 이미 막대한 세수 감소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세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감세 혜택이 고소득층에 돌아가면 소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는 확실하다"며 "세수 기반이 약해질수록 감세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