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인더스토리] "위기냐 기회냐"…삼성전자 이례적 인사 속 '설왕설래'

고은서 기자 2024-05-31 18:01:30
경계현 사장 vs 전영현 부회장 의견 분분
경계현 삼성전자 전임 DS부문장(사장·왼쪽)과 전영현 삼성전자 신임 DS부문장(부회장)[사진=삼성전자]
[이코노믹데일리] <편집자주> 인더스토리는 현장을 뛰는 산업부 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생생한 후기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가 예고에도 없던 반도체(DS) 부문 수장을 교체했습니다. 기존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이 DS를 이끌게 됐습니다. 삼성전자가 연말 정기 인사 시즌도 아닌, 상반기 도중 임원급 '원포인트' 인사를 내는 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는데요.

업계 안팎으로는 반도체 사업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된 것 아니냐며 뜨거운 관심이 쏠렸죠. 그런데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다른 의미에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합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임과 신임에 대한 내부 평판 때문입니다. 

일단 경 사장에 대한 평가는 호와 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하는데요. 2020년 삼성전기 사장 재임 당시에는 소통하는 좋은 리더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삼성전기 임직원들은 여전히 그를 '소통왕'으로 칭하기도 하죠.

그도 그럴 것이, 실제 경 사장은 2020년 10월부터 삼성전기 임직원 간 원활한 소통을 강화하고자 사내 시스템에서 직원 조회할 때 나타나는 직급 표시를 없앴다고 합니다. 모두 '프로'로 통일해 수평적 문화를 강조했죠.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이라는 중책을 약 2년 6개월간 맡으며 그의 평판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반도체 실적 부진이 장기간 이어진 지난해부터 경 사장 책임론이 불거졌기 때문이죠.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작년부터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찌라시(사설 정보지 또는 소문)가 돌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임직원은 "경 사장이 D램보단 낸드플래시에 '빠삭'했다는 점이 D램 실적 악화라는 결과를 낸 것 같다"고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 사장표 브랜드인 임직원 소통행사 '위톡'에 대한 평가도 박하기만 했습니다. 경 사장이 직접 행사에 참여하며 직원과 소통을 이어가려 노력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는데요. 실적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위톡 같은 내부 행사에 이와 무관한 연예인을 부르는 등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는 겁니다. 

DS 부문장을 맡게 된 신임 전 부회장에 대한 내부 여론 역시 반반으로 나뉩니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아 D램, 낸드플래시 등 사업 전반에 이해도가 높고 전략 마케팅 업무에도 정통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당시 재직자들 사이에서도 '능력 있었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인사로 반도체에 정평이 난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니 반기는 사람도 있었죠. 다만 경 사장과 달리 임직원과 소통하는 리더는 아니었다는 후문입니다. 한 임직원은 "전 부회장의 '꼰대' 타이틀은 공식이었다"고 전하기도 했죠.

전 부회장의 '꼰대' 타이틀이 경 사장 '흔적 지우기'로 발현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불같은 성격 상, 경 사장이 힘주던 위톡이나 소통 행사를 없앨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경 사장의 수평적 조직문화를 좋아하던 직원들은 탄식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죠.

전례없는 인사에 산업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위기'의 삼성전자 DS부문 조직이 어떤 변화를 시도할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