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 보조금에 의존하는 韓 배터리···추가 稅 부담에 투자 동력 '위태'

유환 기자 2024-05-23 07:00:00
배터리업계 실적, AMPC가 버팀목 역할 글로벌 최저한세 신설에 세금 부담 늘어 전문가, 세금 부담에 투자 의욕 저하 우려
미국 컨터키주에 짓고 있는 SK온과 포드의 합작 공장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전경 모[사진=SK온]
[이코노믹데일리]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계를 웃기거나 울리고 있다. 보조금을 받으면서 실적 개선이라는 ‘착시 효과’를 형성하는가 하면 추가 세금을 떠안는 상황을 만들어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영 환경이 기업의 투자 동력을 꺼뜨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 최대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분기 매출 6129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거뒀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암울한 시장 상황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영업이익 중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가 1889억원이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판매하면 납부해야 할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다. 보조금 성격의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316억원 영업손실이다. 보상금이 적자를 메운 셈이다.
 
3위 업체인 SK온은 AMPC 축소로 실적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1분기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86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3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전기차 부진에 배터리 출하량이 줄면서 AMPC가 지난해 4분기 2401억원에서 1분기 385억원으로 축소된 영향이 컸다.
 
배터리 업계의 실적을 떠받친 AMPC 덕에 추가 세금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징벌적 세금제도인 '글로벌최저한세' 얘기다.
 
필라2로도 불리는 글로벌최저한세는 국외 소득 실효 세율이 15% 미만일 경우 본사 소재지에서 추가로 세금을 징수하는 제도다. 만약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 실효 세율이 12%라면 3%p만큼을 국내에서 추가 납부해야 한다.
 
국가 간 조세 경쟁을 방지하여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다국적 기업이 저율 과세 국가에서 조세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의 합의로 만들어진 제도다.

빅테크 등 다국적 기업을 잡으려고 만든 세금이 국내 배터리 업체에 유탄이 됐다. AMPC를 받을 경우 미국 법인의 실효 세율이 낮아져 국내에서 추가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은 AMPC를 받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14일 분기 보고서를 통해 필라2 세액 8억6300만원을 납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 SDI와 SK온은 아직 적용받을 규모가 아니지만 매출이 늘어날수록 적용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문가는 보조금이 늘어날수록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기업의 투자 의욕이 저하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금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보조금을 공언하며 투자를 유치했지만 필라2 적용으로 예상했던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사업의 수익성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처지라 투자 의욕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필라2로 늘어나는 세금 부담에 대해서 국내 법인세 인하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데 되레 세금을 늘리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국가전략기술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과 같이 법인세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