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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지분 매각 압박 속 '데이터 주권'과 '경제 안보' 갈등 심화…한일 관계에도 영향 미치나

선재관 2024-05-21 05:00:00
일본 '데이터 주권' 의식 반영…네이버 지분 매각 압박 본격적인 갈등 양상으로 접어든 라인 지분 매각 문제 7월 보고 시한 임박… 한일 양국 '고차방정식' 속 '동상이몽'
라인사태 요약

[이코노믹데일리] 일본 정부가 최근 라인야후에 네이버 지분 매각을 사실상 압박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보안 강화 문제를 넘어 '데이터 주권'과 '경제 안보'까지 연결된 복잡한 속마음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라인 지분 매각 문제는 양국간 갈등의 새로운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과 4월 라인야후의 사이버 공격 피해를 계기로 두 차례에 걸쳐 행정 지도를 실시했다. 특히 네이버에 대한 지분 매각 요구는 이례적인 조치이며, 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로 설명된다.

실제로 라인은 일본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린 사실상 '국민 메신저'다. 지난 2023년 3월 기준 일본 내 사용자 수는 9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80%에 육박한다. 대형 쓰레기 버리기 예약부터 직장인들의 업무용 메신저인 라인웍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넘어 일상생활과 사회 전반에 깊숙이 침투한 '공공 인프라'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단순히 보안 강화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라인의 지분 매각 요구에는 데이터 주권, 경제 안보에 대한 일본의 강경한 입장이 투영되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국민 데이터는 가능한 한 일본 주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다카이치 사나에 현 경제안보담당상도 라인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라인의 거버넌스가 국가 안전 보장과 직결되는 문제란 인식을 보였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경제안보 정책에 대한 일본의 강경한 입장이 라인 지분 매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라인 지분 매각, '한국 직원'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 [사진=연합뉴스]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 문제는 단순한 기업간 경영권 분쟁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경제, 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잡한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라인의 '핵심 인력'이 집중되어 있는 한국의 입장은 더욱 미묘하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라인야후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100% 보유하고 있다. 라인야후의 핵심 회사는 대한민국에 소재한 라인플러스와 라인파이낸셜이다. 

먼저 라인플러스는 실제 라인 등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핵심 자회사로 2013년 2월에 설립돼 경기 성남 분당에 본사를 두고 있다. 라인플러스 지분은 라인야후 밑에 중간지주회사인 Z중간글로벌주식회사(Z Intermediate Global)가 100% 보유하고 있다. 

라인플러스는 해외 자회사뿐 아니라 한국에도 자회사 '라인스튜디오'가 있다. 라인플러스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 '라인스튜디오'의 지분 78.95%를 갖고 있다. 또 네이버의 자회사이자 인공지능(AI) 사진 보정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노우'의 지분 1.82%도 갖고 있다.

라인파이낸셜은 모바일 페이·뱅킹·보험 등 라인의 금융 사업을 목적으로 2018년 3월 설립됐으며, 성남 분당에 본사를 두고 있다. 라인야후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모회사다.

라인파이낸셜 역시 대만·태국·홍콩에 해외 자회사를 두고 라인뱅크, 라인페이 등 글로벌 금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라인플러스와 라인파이낸셜은 라인의 글로벌 사업을 이끄는 핵심 회사이며, 이 두 회사의 직원들은 대부분 한국인이다. 라인플러스 1700여명을 포함해 라인파이낸셜, 라인페이, 라인넥스트, 라인스튜디오, 라인비즈 등 한국의 라인 계열회사 임직원 수를 합치면 2500여명에 달한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도 한국 직원들은 핵심 인력들이다. 이들 없이는 라인야후가 글로벌 사업 확장은 물론, 네이버와의 기술적 독립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토 이치로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 교수는 최근 아사히 신문을 통해 "라인야후는 네이버와의 기술력 차이가 커 1~2년 안에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을 넘기라는 건 라인야후뿐 아니라 라인플러스 라인파이낸셜, 이에 종속된 글로벌 서비스·사업의 지배구조를 모두 달라는 얘기와 다름 없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단순히 라인의 지배구조 변화 문제를 넘어 한일간 복잡한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은 라인의 '핵심 인력'이 집중되어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어 더욱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 라인 지분 매각, 데이터 주권 갈등 심화…한일 관계에도 영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재 라인은 네이버 지분 매각 없이는 일본 정부 요구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가 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소프트뱅크 측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역시 지분 매각 가능성을 열어 협상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지분 매각 주식 수량과 매각 대금 등 거래 조건을 두고 협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의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고려해 높은 매각 대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본 정부는 데이터 주권과 경제 안보를 이유로 매각 대금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상당하며,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라인의 데이터 보안 강화를 강조하지만, 근본적인 목표는 일본 국민의 데이터를 일본 기업이 관리하도록 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일본의 '데이터 주권'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한국 기업이 일본 국민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드러낸다.

특히 최근 동북아 지역의 외교 갈등 속에서 일본은 경제안보와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라인 지분 매각 문제에도 영향을 미쳐 일본 정부가 네이버 지분 매각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라인 지분 매각 문제는 일본의 경제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라인은 일본 사회 깊숙이 뿌리 내린 '국민 메신저'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라인의 지분이 일본 기업으로 이전되면 일본의 중요한 사회 인프라가 외국 기업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라인은 일본의 중요한 기술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라인의 지분이 일본 기업으로 이전되면 일본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반면에 한국의 기술 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협상 장기화로 인해 양국 기업간 불신이 심화되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라인 서비스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양국 경제에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

이번 문제는 단순히 경영권 문제를 넘어 한일 양국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다. 양국 정부와 기업들은 '데이터 주권', '경제 안보', '양국 경제적 협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현명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태도를 유지하며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라인 지분 매각 문제는 향후 한일 관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이 현명한 해결책을 모색해 '동상이몽'을 극복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