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重-한국가스공사 소송전으로 번진 'LNG 화물창' 첫 민관 합작 시도

임효진 기자 2024-05-21 07:00:00
삼성重, 가스공사에 3800억 구상 청구 소송 제기 지난해 10월 국내 소송 1심에서 가스공사 패소 가스공사-삼성重 협상 결렬되면서 2차 소송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이코노믹데일리] 한국가스공사와 국내 조선업계가 처음으로 합심해 공동 개발에 나선 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KC-1’이 첫 걸음도 떼지 못한 채 수 년 째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삼성중공업과 가스공사가 KC-1을 장착한 LNG 운반선 공동 인수 조건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2차 소송전까지 발발했다.

한국형 LNG 화물창 개발에 나선 건 한국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2004년부터다. 당시 세계 LNG 운반선 건조 시장의 70% 이상을 한국 조선업이 점유하고 있음에도 국내 조선사들은 LNG 화물창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회사 GTT에 선가의 5% 가량을 로열티 형식으로 지급해야 했다. 매년 1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공유한 가스공사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합작사인 케이씨엘엔지테크(KLT)를 설립했다. KLT가 2004~2014년 개발하고 설계한 기술이 KC-1이다. 삼성중공업은 KC-1을 적용한 선박 2척을 건조했고, SK해운은 가스공사와 LNG 운송 계약을 맺어 2018년 시험 운항에 들어갔다.

첫 운항부터 탱크 내부의 냉기로 선체 외판 온도가 허용된 범위보다 낮아지는 ‘콜드 스팟(결빙 현상)’ 문제가 발생하면서 실증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삼성중공업이 1000억원 가까이 들여 4차례에 걸쳐 수리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가스공사·삼성중공업·SK해운 3자간 KC-1을 둘러싼 1차 소송전이 시작됐다.

2019년 SK해운과 삼성중공업이 가스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가스공사는 설계에 문제가 없다며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KC-1 결함 책임을 두고 4년 6개월간 소송이 진행된 결과 지난해 10월 법원은 가스공사에 삼성중공업에 수리비 726억원, SK해운에 미운항 손실 115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설계사인 가스공사에 대부분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KC-1을 둘러싼 2차 소송전은 지난달 23일 시작됐다. 삼성중공업이 SK해운에 지급한 중재 판결금 약 3900억원을 설계사인 가스공사에 구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이번 구상 청구 소송은 지난해 12월 영국 중재법원이 선박 가치 하락을 인정해 선박 제조사인 삼성중공업에 39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분쟁 종결을 위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협상 결렬 시 가스공사에 구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조건부 입장을 밝혔다.

구상 청구 소송에 나선 삼성중공업은 “KC-1 개발을 이어나가기 위해 가스공사와 선박 공동 인수 방안을 검토하던 중 양측의 이견이 커 협상이 중단됐다”며 “국내 소송에서 가스공사의 책임이 100% 인정됐으므로 전액 구상 청구해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가스공사 측은 “운항 조건이 맞지 않아 협의가 결렬됐다”며 “현재 소장을 전달 받았고 소송 관련해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