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갈 길 바쁜 롯데면세점…발목 잡는 CEO '사법 리스크'

김아령 기자 2024-05-21 06:00:00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왼쪽)가 지난달 17일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에 방문해 주류‧담배 임시매장 쇼핑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이코노믹데일리] 롯데면세점이 올해 국내외 사업을 강화하며 실적 회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5월 여행 성수기 대목이 시작된 만큼 내외국인 마케팅을 확대하고 해외 면세사업권을 잇따라 획득하며 ‘업계 1위’ 굳히기에 나선 모습이다.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하는 롯데면세점은 현재 CEO ‘사법 리스크’라는 암초에 묶인 상태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지난해 1월 노동조합(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경영 활동에 발목을 잡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실적 상승세에 올라탄 모습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58억원으로 2022년(-1394억원)과 비교해 급등했다.
 
또 관세청의 ‘2023 면세점별·월별 실적 자료’ 기준, 롯데는 지난해 국내 매장에서만 4조2939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는 3조1623억원을 기록해 2위를 차지한 신세계, 3조31억원으로 3위에 랭크된 신라와 비교해 1조원 이상 많은 수치다.
 
롯데면세점은 업황 회복에 따라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7월 100개 이상 브랜드, 700여개 상품을 업계 최대 물량으로 선보이는 온라인 주류 전용관을 오픈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국내 최초 면세점 쇼룸 ‘LDF 하우스’를 열며 면세쇼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외 최초 1회만 인증하며 여권 유효기간 동안 사용 가능한 ‘모바일 여권’ 서비스 도입, 구매금액에 따라 적립된 마일리지 단계에 맞춰 사은품을 증정하는 ‘LDF 마일리지’ 제도 출시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달에는 김포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주류‧담배 매장 영업을 개시하고 김포공항 국제선 전 면세구역 통합운영에 나섰다. 2021년 10월 김포공항 화장품‧향수‧기타(DF1) 최대 10년 사업권을 수성한 롯데면세점은 올해 3월 주류‧담배‧기타(DF2) 사업권 경쟁입찰에서 최종사업자로 선정돼 김포공항 출국장 내 유일한 면세사업자로 발돋움했다.
 
롯데면세점은 해외사업 정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 괌공항점 △일본 간사이공항점·도쿄긴자점 △베트남 다낭공항점·나트랑깜란공항점·하노이공항점·다낭시내점 △호주 브리즈번공항점·다윈공항점·멜버른시내점·시드니시내점·멜버른공항점 △뉴질랜드 웰링턴점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등 6개 국가에서 14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롯데는 올해 1월 연매출 5000억원 이상이 기대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매장을 전면 개장했다. 창이공항은 2019년 기준 연간 약 7000만명의 여객이 이용하는 세계 1위 공항으로 면세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점을 통해 해외 매출 1조원 목표를 조기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호주 브리즈번공항 면세사업권도 다시 획득했다. 브리즈번공항은 연간 321만명이 방문하는 호주 3위 공항으로 앞으로 10년간 2조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롯데는 브리즈번공항점을 비롯해 호주 내 6개 영업점을 기반으로 오세아니아 지역 1위 면세사업자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다만 김주남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롯데면세점 성장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2018년 4월 롯데면세점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하려 하자 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롯데면세점 경영지원부문장이던 김 대표는 각 영업점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을 만나 민주노총 가입을 포기하도록 회유한 혐의를 받았다. 또 노조 소식지 배포를 제지하고 노조위원장의 본사 출입을 막았으며 노조 간부들에 대해 부당 전보조치를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2022년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 대표가 롯데면세점 대표로 선임된 지 불과 나흘이 된 날이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 5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 7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 중국 인센티브 단체관광객이 방문해 쇼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지난달 17일부터 김포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주류-담배 매장 영업을 개시하며 김포공항 국제선 전 면세구역 통합운영에 나섰다. [사진=롯데면세점]